Season 6  vol 2. 💡2025.05. 02. ~ 2025.05.08.

입주자님,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플랫팀 🚲김서영 기자입니다. 꽃이 다 떨어지나 싶더니 어느새 달력도 한 장 떨어지는 월말월초입니다. 절로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는 계절이에요.

이번 주에도 신선함 가득한 레터를 준비해왔습니다. 곧 새로 시작하는 [에프워드]에 대한 안내도 레터 말미에 준비했으니 확인해 보세요!

요즘 육아휴직을 하거나 직접 아이 돌봄에 나서는 남성이 늘고 있죠. 미국의 저명한 진화인류학자 세라 블래퍼 허디는 🧵<아버지의 시간>에서 남성들이 “‘본성에 반해’ 마지못해 육아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아버지의 양육 반응은 문화를 넘어 생물학적 차원으로 깊이 들어간다”고 말합니다. 남성에게도 ‘양육 본능’이 있다는 얘기인데요.

수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공격적인 사냥꾼 남성’보다는 남을 잘 돕고 관대한 남성일수록 공동체에서 좋은 평판을 얻을 가능성이 컸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남성의 대뇌피질은 다른 사람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쪽으로 진화했습니다. 또 수만년이 흐른 후 농경·목축 시대로 접어들어 협력이나 양육 보조자 역할보다 남성 자신의 권력을 추구하는 가부장주의가 힘을 얻으며 공격적인 남성이 이상적인 남성상으로 바뀌었다고 해요.

저자에 따르면 지금 과학계는 친부라는 확신이 남성 돌봄의 필수 조건은 아니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해요. 남성으로 이뤄진 동성 커플이 아이에게 이성 부모 못지않은 양육을 제공하는 것이 한 예입니다. 이처럼 흥미로운 남성의 양육 본능에 관한 연구 역사는 상대적으로 짧고, 아이를 키우는 남성의 뇌에 관한 연구는 이번 세기에 들어와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하니 아직도 규명될 부분이 많아 보입니다. 육아하는 아빠, 가족 돌봄을 수행하는 남성의 이야기도 더 많이 듣고 싶어집니다(입주자님 중에도 계시겠죠👍).

“모든 남성 안에는 오래전 수컷들에게 있었던 흔적이 남아 있다. 남성은 생계를 책임지거나 가부장이 되기 이전에 돌보는 사람이었고, 돌보는 사람이 되기 이전에 보호하는 존재였다. 남성은 아기가 발산하는 변화의 힘에 반응할 수 있는 몸과 뇌를 가지고 있었다.” 저자의 말입니다.

‘아동 성 상품화’란 비판에 처했던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UNDER15)’이 최종 데뷔조를 선발하는 촬영까지 진행했고, 편성할 방송사를 찾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언더피프틴’은 ‘글로벌 최초 15세 이하 K팝 신동 발굴 프로젝트’라는 콘셉트를 차별화 지점으로 내세운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이고, 국적 무관 15세 이하 여성 아동·청소년을 모집했어요.

애초 지난 3월 말 방송사 MBN에서 방영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방영이 다가오며 이 프로그램이 자칫 아동 성 상품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어요. 티저 영상과 홍보 이미지에 담긴 참가자들의 모습이 마치 성인 여성처럼 보인다거나, 참가자를 마치 바코드가 찍힌 ‘상품’처럼 연출하는 등 선정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동을 대중의 평가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도 이어졌고요. 2016년생으로 만 8세에 불과한 참가자도 59명 중 5명이었어요.

결국 MBN은 편성을 취소했습니다. 이와 무관하게 제작사는 끝까지 촬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판이 불거졌을 때도 제작사 크레아스튜디오는 🧵기자회견을 열어 “아이들이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한 바 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정말 많고 제작사 간 경쟁도 치열하다 보니 ‘15세 이하 여성’이란 차별화 지점을 찾아낸 것 같은데, 아동을 대중의 무분별한 비판과 온갖 곳에 ‘박제’되는 위험에 노출해야 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 오디션 프로그램이 꼭 필요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전원 15세 이하 걸그룹 만들기’란 가치가 ‘아동 보호’의 가치보다 우선할까요? 입주자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여성 직원에게 밥 짓기·설거지·수건 빨래·회식 강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은 새마을금고 지점장과 이를 알고도 사태를 방조한 이사장 등 간부 4명이 총 17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직장 안에서 존중·보호돼야 할 인격을 갖춘 존재인 원고의 인격권을 심하게 훼손했다”며 피고 4명에게 총 200만~8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어요.

피해자 A씨는 2021년 말부터 업무와 무관한 밥 짓기, 설거지 등 허드렛일을 도맡아야 했고 지점장은 A씨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A씨는 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어요. A씨의 용기는 곳곳의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고용노동부는 2022년 10월 60개 새마을금고·신협 지점에서 위반 사항 297건을 적발했고, 행정안전부는 ‘새마을금고 조직문화 개선과 예방 강화 대책’을 마련하고 갑질 전수조사를 했습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도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전담 조직인 ‘금고조직문화개선팀’을 구성했어요.

A씨는 2023년 참여연대가 선정하는 🧵올해의 공익제보자상을 수상했습니다. 부당함을 참지 않는 누군가의 용기로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매장의 단골 민원 중 하나는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그런 고객의 소리가 들어오면 매장은 머리카락을 흘린 범인을 찾게 되죠. 그 순간 노동자들은 ‘유력한 용의자(유주얼 서스펙트 Usual Suspect)’가 됩니다. 그런 민원을 줄이기 위해 머리망을 착용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지난 3월 ‘아트바젤 홍콩 2025’에서 올해 신설된 신진작가상(MGM 디스커버리스 아트 어워즈)의 첫 수상자로 선정되며 주목받은 신민 작가의 작품 ‘유주얼 서스펙트’는 이 머리망에 주목해 저임금 고강도 서비스직에 밀집된 여성 노동의 현실을 다뤘습니다. 크고 작은 갈색빛 사람의 형상에는 머리카락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머리망이 달려 있습니다. 머리망은 일터에서 서비스직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억압으로 해석됩니다.

신민 작가는 맥도날드에서 일하며 냉동 감자튀김 포대를 조금씩 모았고, 이를 작품의 재료로 삼았습니다. 작가는 냉동감자에 코팅된 기름에 절인 종이가 주방에서 뜨거운 기름 옆에서 일한 사람들의 살갗같이 느껴졌다고 합니다. 감자튀김 포대는 초합리적인 가격의 제품들, 이를 떠받치는 값싼 노동력을 상징하는 재료라고 생각하셨대요. 일회용 소비재처럼 소모되는 여성 노동을 은유한 것입니다.

이 작품을 보고 저는 동생의 머리망이 생각났어요. 동생이 고등학생 때 롯데리아에서 3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었거든요. 감자튀김 기계에서 기름이 튀어 발에 화상을 입은 일도 있었죠. 그렇게 일해서 모은 돈을 가족을 위해 건넸습니다. 신민 작가의 작품을 보면, 오늘도 생계를 위해 머리망을 쓰고 있을 누군가가 떠오릅니다.

신민 작가는 개인 홈페이지에서 “내 작업의 주된 관심사는 약자, 특히 여성에 대한 인간의 오랜 폭력의 역사와 그 뿌리에 관한 연구”라고 밝혔습니다. ‘유주얼 서스펙트’ 역시 그러한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에요.

어제는 5월1일 노동절이었어요.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작품세계에 투영한 신민 작가의 작품을 만나보세요.

📕우리는 문학으로 세계와 연결된다

완독에 도전했지만 몇 번이고 책장을 덮느라 끝까지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아연 소년들>인데요.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다큐멘터리 소설로, 생존자나 유가족의 인터뷰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침대 머리맡에 두고 5일 동안 읽었는데, 마음이 아파서 책장이 안 넘어갔습니다.

애인은 제게 “작가의 의도에 맞는 독해를 했다”고 하더군요. 작가는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려 했던 거고, 고통을 느껴 책을 덮은 거면 충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독서모임에 가서는 해결책도 없는 문제들에 관해 얘기했습니다. ‘전쟁은 왜 일어나는 걸까?’, ‘인간 본성이 그렇게 나쁜가.’, ‘근데 인간은 어쩔 땐 한없이 착하기도 하잖아.’

한강 작가 역시 비슷한 물음을 던집니다. 그는 어릴 적 <광주 사진첩>에서 5·18 관련 사진을 보고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생각했고, 전남도청을 지킨 시민의 일기를 읽고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가 궁금했다고 합니다. <소년이 온다>는 그 질문을 끝까지 끌고 간 소설입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소감을 듣고 문학의 기능을 생각해 봅니다. 문학은 사람들을 연결하고, 상처를 봉합하는 ‘실’의 기능을 합니다. 저 역시 실을 꿰기 위해 문학을 읽고 있고요. <아연소년들>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을 보고, <소년이 온다>를 통해 광주를 압니다.

지난 23일 한강 작가의 산문집 <빛과 실>이 출간됐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 첫 신간으로, 출간 24시간 만에 1만부 이상 판매됐다고 해요. <빛과 실>에는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을 포함해 그의 문학관을 엿볼 수 있는 미발표 시와 산문들이 담겨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강 작가의 산문을 아주 좋아해서, 입주자님들께 꼭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혹시 이미 이 책을 읽으신 입주자님이 계신다면, 어땠는지 ‘뉴스레터 의견 남기기’로 알려주세요!

🌹5월에도 플랫과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