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6  vol 3. 💡2025.05. 09. ~ 2025.05.15.

입주자님,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플랫팀 김서영 기자입니다. 봄이 왔다고는 하지만 아직 날씨가 변덕스럽습니다. 이럴 때 감기를 조심하셔야 해요(안 그러면 저처럼 됩니다💊💊).

최근 언론 지면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에 관한 이야기로 덮여 있습니다. 아직 후보조차 확정되지 않아 혼란스럽지만,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이번 주 플랫레터는 여성·성평등·다양성 정책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려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플랫의 [성평등 대선 with 플랫- 광장에서 투표소로, 응원봉 여성이 요구하는 정치] 프로젝트도 순탄히 진행되고 있어요. 입주자님이 보내주신 의견을 전부 취합했고, 연락처를 남겨 주신 분들과 소통해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 있답니다. 설문에 메일 주소 남겨주신 분들께는 추가 질문을 보내드렸으니 메일함을 꼭 확인해 주세요! 기사 만들기에 동참해 주신 입주자님께 플랫레터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기사가 나올 때까지 지켜봐 주세요😊

그럼 이번 주 플랫레터도 신선하게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계속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급한 일 아니니 다음에 하자’고만 하면, 우리 차례는 대체 언제 오지? 수십 년째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올라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항상 엘리베이터는 만원이고, 누군가가 ‘지금은 자리가 없어요. 더 급한 사람들이 많으니 기다리세요’ 하면서 눈앞에서 닫힘 버튼을 눌러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다.”

플랫팀 팀장(💖)도 겸하고 있는 남지원 젠더데스크의 🧵칼럼입니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 ‘해일이 일고 있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 ‘고작 그런 문제로 발목을 잡냐’…. 성평등과 페미니즘을 외치는 여성들이 무수히 들었던 말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여성의 목소리가 뒤로 밀쳐지는 경험을 하도 오래 겪다 보니 이젠 ‘그럼 우리 차례는 언제 오는데’란 생각이 드는 것, 공감하시지요? ‘예전처럼 추운 데서 비 맞는 것도 아닌데’, ‘다음번에는 꼭 해줄게’란 위로(?)도 더없이 익숙합니다. 당사자에겐 이게 숲이고 해일인데요. 

대선 후보란 ‘내가 세상을 고치겠다’며 나서는 사람이지요. 그 사람들의 머릿속에 여성과 성평등이 새겨질 때까지 외쳐야겠어요. 남지원 젠더데스크의 말처럼 “옳다고 생각하지만 ‘표 떨어질까 봐’ 언급하지 못하는 거라면, 유권자를 설득하는 것도 정치의 영역”이니까요.

대다수 주택 공약은 청년과 신혼부부를 묶어서 발표합니다. 청년과 신혼부부는 일부 교집합이 있을 뿐 사실상 다른 집합인데도 유난히 ‘혼인 기간 7년 이내 2인 가구’를 정책 대상으로 묶는 관행이 뿌리 깊어요. 그래서 저만 하더라도 ‘청년 주택자금 대출’이란 문패를 보고 클릭했다가 ‘아 신혼부부만 되는구나’하고 돌아 나온 경험이 많아요.

이처럼 가족이라는 틀, 육아 문화, 노동 환경 등 복합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혼인 7년 이내’란 기준을 내세우는 건 저 틀에 맞지 않는 청년을 배제합니다. 신혼부부로 이어지지 않는 삶을 사는 청년에게는 ‘주거 사다리’가 있는 셈이죠.

이 문제에 관해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은 🧵칼럼에서 “주거 사다리의 더 심각한 문제는 현대사회의 다양성을 외면하고 청(소)년 세대가 근대적인 생애 이행기를 따를 것을 강요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어요. 그러면서 “주거 정책의 대상 역시 신혼 여부가 아닌 실제 생활 단위를 기준으로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가령 2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면 결혼을 준비하는 가구는 물론 한부모 가구와 동거 가구까지 포괄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입주자님의 경험은 어떤가요?

대선을 앞두고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위원회가 직장 내 성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7대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헌법 개정을 통한 실질적 성평등 보장, 성별 임금 격차 해소법 제정,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 고용노동부 차별시정국 설치, 채용 성차별 규제 강화, 여성 채용 할당제 시행, 5대 직장 젠더폭력 근절 종합 대책 마련 등이 포함됐어요. 별도로 성폭력, 스토킹, 구애 갑질, 페미니즘 사상 검증, 외모 갑질을 ‘5대 직장 내 젠더폭력’으로 규정하고 근절 대책을 마련하라고도 요구했습니다.

종합하면 여성이 존중받는, 여성에게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대통령과 정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라는 것입니다. 성별 임금 격차와 성차별을 감독하고 시정할 수 있게끔 실질적인 지표를 만들고, 이행을 감독할 권한을 가진 기구를 두라는 내용도 있습니다. 입주자님들이 보내주신 의견과 맞닿는 부분도 많이 있네요.

입주자님은 할머니에 관해 어떤 기억을 갖고 계신가요? 저는 엄마와 싸우고 가출(?)해서 간 곳이 엄마의 엄마인 할머니댁이었던 경험이 있어요.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리울 때면 지금 내가 이렇게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그분을 기리는 것이라고 마음을 달래곤 해요. 살아생전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걸, 후회되긴 하지만요.

나의 모계를 따라 올라가는, 거꾸로 나의 할머니와 어머니를 타고 내게로 내려오는 ‘시간’은 어떻게 연결돼 있을까요. 그 시간을 자아낸 여성의 삶을 그린 🧵<밝은 밤>을 이성현 인턴기자가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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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 보렴. 262년이야. 그게 네가 연결된 시간의 길이란다. (중략) 너의 맨손으로 262년을 만질 수 있어. 할머니가 네게 가르친 것을 너는 손녀에게 가르칠 거야.”

아이슬란드 작가 마그나손이 쓴 🧵<시간과 물에 대하여> 중 한 대목입니다. 내가 연결된 시간은 단순히 수명은 아닙니다. 증조모에서 증손녀까지 이어지는 긴 시간의 흐름이라는 말이죠. 제 증손녀는 존재 여부가 불투명하니(?) 잠시 접어두더라도, 제 나이와 할머니의 나이는 더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은 ‘연결된 시간’을 소설로 풀어냈습니다. 소설은 증조모 삼천, 할머니 영옥, 어머니 미선, 지연까지 네 세대 여성의 삶을 따라갑니다. 지연은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바닷가 마을 ‘희령’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와 할머니의 사이가 틀어지며 지연 역시 할머니와 왕래를 끊고 지냅니다. 남편과 이혼한 후 희령으로 돌아온 지연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할머니를 만납니다. 그러다 종종 유자차를 함께 마시는 사이가 되는데요. 지연은 삼천에서 개성으로, 개성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희령으로 이주한 증조모의 삶의 궤적을 듣습니다. (사무실에서 몰래 눈물 흘리며 읽었답니다. 휴지 필수!!)

지연은 어머니와 모진 말을 하며 싸우기도 하지만, 할머니와는 다정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지연의 어머니 역시 자신의 할머니는 좋아하죠. 모녀 관계가 ‘정반합’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역시 비슷하게 느꼈거든요. 저는 제 할머니를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분이라 생각하는데, 어머니는 “네가 우리 엄마를 몰라서 그래!”라고 하시더군요. 가정보다 일을 우선시했던 할머니에게 어머니는 서운했을 수도 있겠죠. 반면 저는 그런 할머니가 너무나 이해되는 ‘워커홀릭’ 손녀고요. 어머니랑은 자주 부딪히지만, 이상하게 할머니는 이해가 되는 감정, 입주자님도 느껴보신 적 있나요?

할머니가 보관해 온 편지를 읽고, ‘할머니의 할머니’ 이야기를 듣는 지연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저는 할머니에 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요. 어제는 어버이날이었는데요. <밝은 밤>을 읽으며 나와 연결된 시간에 대해 떠올려 봐도 좋겠습니다.

🐱‍🐉지난주 레터에서 소개해 드린 신민 작가, 기억하시나요? 한 입주자님께서 ‘원래 좋아하던 작가를 레터에서 만나 더욱 반가웠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시기도 했는데요. 마침 이번 주 경향신문에도 🧵신민 작가 관련 기사가 실려, 이렇게 공유해 드립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위 🧵를 꾹 눌러주세요! 

🌹5월에도 플랫과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