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몫으로 떠넘겨진 돌봄

"돌봄과 관련하여 평생 독박을 쓰고 있다는 불쾌감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2023. 8. 3.

🍓슬픔을 '기억'하는 일

🧡 Season3 🧡

VOL 21 . 2023.07.2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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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플랫 PICK

한주간 중요하게 볼 이슈는

여성의 몫으로 떠넘겨진 돌봄

'여성과 돌봄.' 두 단어의 조합을 들으면 입주자분들은 무엇을 가장 먼저 떠올릴지 궁금합니다. 이희경 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 대표는 '독박'이라고 말할 것 같아요. "돌봄과 관련해 평생 독박을 쓰고 있다는 불쾌감"을 감추기 어렵다는 이 대표의 칼럼을 읽으면 아마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돌봄을 하는 자도 돌봄이 필요하다"고 호기롭게 선언했지만, 지킬 수 없었던 건 'K-장녀, 딸'이 떠안은 '독박'으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9년 동안 어머니를 모셨으니 이제는 4남매가 돌봄을 분담하자는 것이었는데도 지켜지지 않았다니 말입니다. "동생들한테는 출장, 수술 등 계속 일이 생겼고, 병원케어가 서툴러 어머니 불만이 쌓여갔다. 나는 휴무 기간을 점점 줄였고, 병원은 다시 내가 모시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노인 금쪽이'를 돌보는 마음이 마냥 편할 수 없는 것도 결국엔 '독박의 굴레' 때문이겠죠. (흑흑) 어머니의 장수를 기원하는 한편, '독박 돌봄'으로 늙어간다는 게 마냥 좋을 리 없습니다. "동시에 이런 마음을 들켜버릴까 더욱 두렵다"는 데까지 읽으면 어쩐지 제 마음인 것도 같아 뜨끔합니다.

초고령화 시대에서 돌봄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현재로선 '각자도생' 중으로 보입니다. 김민지 풀뿌리 여성주의 활동가는 "한국적 정서에서 자라난 딸들은 엄마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면서 혹은 성별화된 사회의 역할을 수행하며 자연스럽게 돌봄을 본인의 몫으로 받아들인다"고 꼬집기도 했는데요. 급격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은 가뜩이나 여성에게 책임이 부여된 사적 돌봄의 무게를 더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여성·시민단체는 "돌봄의 공공성 강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여성에게 전가된 사적 돌봄으로 유지되는 건 당장에 위태롭고, 소득 수준에 따라 돌봄 양극화 문제도 있잖아요. 돌봄 공공성에 대한 논의는 뒤로 한 채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에 목매는 정부를 보면 정말 깊은 한숨이 나옵니다. 최근 정부가 '외국인 가사노동자 시범사업 계획안 공청회'를 진행했는데요. 불과 5일 전에 공청회 공지를 하고 이뤄졌습니다. 속도와 방향 모두 최악입니다.😠

공청회에선 "가사육아인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정부는 인력이 감소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는지 묻고 싶다" "중요한 건 육아기 단축근무나 유연근무 확대다. 노동시간 조율이 가장 선행돼야 한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더니 '혹'만 붙인 꼴이 된 공청회 현장 풍경은 조해람 기자가 담았습니다. 기사도 함께 읽어봐요.

여성과 돌봄, 단어의 조합을 낯설게 느끼는 시기가 오면 '독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돌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때입니다.

칼럼 보러가기

📌"패션디자이너가 돼야겠다"는 결심, 분단 아픔 속 피어난 꿈

정전협정 70년의 세월 속에서 누군가는 꿈을 키웠습니다. "패션디자이너가 돼야겠다"는 꿈을 키운 국군포로 3세 탈북 청년 권봄씨를 박은경 기자가 만났습니다.

"제 정체성은 남과 북의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고, 이런 장점을 살려서 남북 문화에 기여하는 패션디자이너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죠."

저는 권씨의 이 인터뷰 대목에서 그가 품은 꿈의 단단함을 느꼈습니다.

권씨의 할아버지는 6·25 전쟁 발발로 백마고지, 금화지구 전투에 참전해 싸우다 1953년 6월 인민군에 포로로 잡혔습니다. 할아버지의 손녀인 권씨가 '국군포로 3세'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권씨는 2011년 고등학교 졸업 이후 탈북해 2012년 한국에 입국, 정착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의 한국 생활도 10년이 넘었네요.

권씨의 남한 적응 과정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요. '한국 사람인가, 아니면 이방인인가'라는 고민과 마주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면서 자신만의 가치관을 확립하고 '패션디자니어'라는 꿈을 품었습니다. 권씨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시가 떠올랐습니다.

고민의 시간을 거쳐 피어난 꿈을 마음껏 펼치길 응원합니다.👏 기사 전문을 꼼꼼히 읽어보기를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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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팀 ｜ 유선희 기자 yu@khan.kr

광고·협업 문의는 flat@khan.kr

한눈에 보는 젠더이슈

놓치지 말아야 할 뉴스

📌 게임업계의 '사상검증'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여성 캐릭터의 노출이 적다. 회사에 페미가 있다'며 일러스트 작가들의 '신상털기'에 나서는 일이 있었던 건데요. 일부 유저들은 회사로까지 찾아가 항의했습니다. 게임 이용자들이 항의 방문한 지 하루 만에 일러스트는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회사 대표인 김지훈 프로젝트 문 디렉터는 여성 일러스트와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알렸습니다.
✔캐릭터 신체 노출 적다고 항의, 신상 털어 '페미니즘 마녀사냥'

📌 민주노총이 콜센터 노동자 12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건강권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관리자에게 밉보일까 봐'(26.7%) "아파도 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소득이 줄어들까 봐'(25.2%)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열악한 환경은 건강 악화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목·어깨·팔 등 상지 통증을 경험했다는 비율은 69.7%로 한국 노동자 평균인 24.0%보다 높았습니다.

✔"아프다" 말 못하는 콜센터 노동자

📌 70여 년 전 세포를 무단 채취당한 미국의 흑인 여성 렉스가 마침내 보상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담당의가 렉스에게서 채취한 암세포를 본인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사용한 건데요. 이후 렉스의 몸에서 나온 세포는 전 세계 연구실에서 계속 배양되며 이익 창출에 활용됐습니다. 뒤늦게 해당 사실을 안 유족이 2021년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유족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유족 측 변호사는 "렉스에 대한 착취는 지난 역사에서 흑인들이 보편적으로 겪어온 투쟁을 대변한다. 미국의 의학실험 역사는 의학적 인종차별 역사이기도 하다"고 일갈했습니다.

✔무단 채취당한 흑인 여성의 세포, 72년 만에 보상받는다

문화가 있는 플랫

이번주에 소개할 노래는

🎀 자고나면 사라지는 그깟 봄 신기루에 매달려 더 이상 울고 싶진 않아
Because I'm a Miss Korea

세상에서 제일가는 girl이야 누구나 한 번에 반할 일이야

사람들의 시선 그리 중요한가요
망쳐가는 것들 내 잘못 같나요
그렇지 않아요 이리 와 봐요 다 괜찮아요
넌 Miss Korea 🎤

예능프로그램 '댄스가스 유랑단' 보시나요? 저는 가끔 보는데 가수 이효리의 '미스코리아' 무대가 인상적이었어요. 노래 자체가 좋은 것도 있는데, 그보다 무대 구성이 좋아서 여운이 깊게 남았습니다.

객석에 있는 여성 관중 한 명을 무대 위로 데려가는 깜짝 이벤트를 보여줬는데요. 엔딩에서 이효리와 댄서 모두 무릎을 낮춰 이 여성만 돋보일 수 있게 한 퍼포먼스가 좋았습니다. '세상에서 제일가는 girl'을 만들어준 효리 언니 최곱니다.🥹

사진에 공연 유튜브 링크도 넣었으니 혹 못 본분들 있으면 꼭 보셔요.✨

우리 모두 각자만의 무대에서 '승리'해보자고, 지난 레터에서 이야기했었는데요. 자신만의 무대에서 잘나가는 'girls'가 위로가 필요할 때 이 노래를 꺼내 들으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Because I'm a Miss Korea" 이니까요! 😎😉

플랫 우체통

우리 대화 나눠요

💌 To.Flat

지난회차 레터를 읽은 독자분들의 피드백입니다.

👤 오늘도 감사한 레터였어요. 한 개인의 안타까운 죽음인 동시에, 구조적인 아픔까지 생각하게 되는 힘든 사건이지요.

👤 “의사 주먹 서열 1위” 선생님 기사 너무 좋았습니다. 저도 복싱을 하는데 정말 좋아요. 소개된 선생님과 달리 저는 운동신경도 나쁘고 꾸준히 운동을 하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재미있습니다! 자매님들, 격투 운동은 생각보다 재미있어요. 복싱 유도 킥복싱 주짓수 무에타이 등등! 함께해요!

👤 모든 영역에서 배제되어 온 여성의 삶을 이 책을 통해 더 공감하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늘 좋은 뉴스 감사드립니다.

💌 From.Flat

1. 감사한 피드백에 마음 따뜻한 한주였습니다.

즐기는 복싱, 정말 매력이 있네요.

저도 급 복싱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숨겨 왔던 '싸움 본능' 하나쯤 갖고 있는 걸까요. ㅎㅎ

플랫에서는 '여성 격투기 선수'들 이야기를 준비 중입니다.

기대해주세요!:)

2. 입주자분들을 위한 '도서 증정 이벤트'가 진행 중인데요.

많은 분이 신청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도서가 10권으로 제한돼 있는 게 죄송할 따름..

신청 기간은 일주일 더 있으니, 혹 놓친 분들은 신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