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무슨 정당이 공약을 호떡 뒤집듯 하니

국회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2024. 3. 28.

🍓슬픔을 '기억'하는 일

Season 4 🌊🏄‍♀️ Vol 2. 2024.03.29. ~ 2024.04.04.

'동의 없는 관계는 강간', 그게 그렇게 어렵나요
쌍둥이 키우면서 일하기, 아빠는 왜 못해?
[도서 증정 이벤트]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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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없는 관계는 강간', 그게 그렇게 어렵나요

입주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한주도 무사히 보내셨나요?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입니다. 🗳️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어요. 매일 헐뜯는 여야가 한가지 사안에서만큼은 의견이 일치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바로 여성 정책인데요.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10대 정책공약에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넣었다가 "실무적 착오"라며 철회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 현재 형법상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은 '폭행·협박'입니다. 피해자 의사에 반하더라도 저항하기 곤란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강간죄로 인정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줄곧 있었어요. '비동의하면 성폭력'이라는 뜻이죠.

민주당은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정책공약집에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바꾸는 형법 297조 개정안을 포함시켰습니다. 그런데 곧장 말을 바꾼 거죠. 🙅‍♀️

이는 보수정당의 공세와 일부 젊은 남성층의 표심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공약이 공개된 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동의 강간죄가 도입되면 "억울한 사람이 양산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원래 범죄의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는데, "피해자가 내심으로 동의했는지 여부로 범죄 여부를 결정하게 되면 고발당한 사람이 동의가 있었단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거죠.

이는 현 정부의 반여성적 기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1월 제3차 양성평등기본계획에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법무부 반대로 9시간 만에 "개정 계획이 없다"고 정정했었죠.

그런데 정치권의 이런 공세는 피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큽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실시한 2022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강간 피해는 상대방의 강요나 그루밍, 폭언, 회유 등으로 발생합니다. 피해 당시 상황(복수 응답)을 물었더니 ‘가해자의 강요’(41.1%)와 ‘가해자의 속임’(34.3%)이 가장 높았어요. ‘가해자의 협박’은 30.1%, ‘가해자의 폭행’은 23.0%였죠. 전체 피해 중 29.4%는 술과 약물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점도 주의깊게 봐야 합니다.

2021년 나온 강간에 대한 유엔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권력에 의한 종속 관계인 경우', '술이나 약물로 취한 경우', '가해자가 성인이고 피해자가 혈연, 입양 등 유사 가족 관계로 가해자와 관련된 아동일 경우' 등은 피해자의 동의가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지위나 직업 때문에 저항하지 않거나 침묵했다고 해서,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면 안된다는 얘기죠.

이 때문에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 강간죄를 피해자 동의 여부에 중점을 두도록 시정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지난해 관련법을 개정하라고 했고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비동의 강간죄를 외면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전국 403개 단체는 성명을 내고 규탄했습니다. 🗣️ "형법 297조 강간죄는 1953년 형법 제정 때부터 70년간 바뀌지 않은 낡은 틀이다. 22대 국회가 반드시 실현해야 할 핵심과제"라고요.

비동의 강간죄를 도입한 영국, 캐나다, 스웨덴, 독일 등의 판례를 보면 법이 바뀌었다고 현실적으로 유죄율이 치솟는 상황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피해자가 거짓말하면 어떡하냐"는 비난만 하는 건,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본다는 걸 자인하는 꼴 아닐까요?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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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형 기자

📌 쌍둥이 키우면서 일하기, 아빠는 왜 못해?

🧚 플랫팀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2030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일터 환경과 가정의 문화 모두 성평등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얘기였죠. 그럼 이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요? 🏢⚖️🏠 유한킴벌리에서 근무 중인 노제원씨 사례를 보면 방향이 조금은 보입니다. 32개월 쌍둥이 아들을 키우는 노씨는 육아휴직은 한번도 쓴 적 없어요. 대신 일주일에 두번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이들의 주양육을 맡고 있죠. 🍼👶 아빠가 매일 아침 아이들을 씻기고, 밥 먹이고,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는 동안 엄마는 출근합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가정의 모습과는 다르죠.

🧚 이건 유한킴벌리의 적극적인 육아 친화적 제도 운용과 분위기 조성 덕분이에요. 노씨는 "회사 내 제도를 통해 가정을 돌볼 수 있고, 제도 사용 뒤에도 회사에서 압박을 받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합니다. 직장 분위기가 이렇다면 엄마냐 아빠냐가 아니라 누가 더 시간을 낼 수 있느냐, 누가 더 여유와 체력이 있느냐에 따라 가사 노동과 돌봄 전담자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모두가 일하고 모두가 돌보는 사회'로 한발 가까이 갈 수 있지 않겠어요?

이아름 기자

📌 '자기만의 방' 결산! 내 이웃을 찾아라

🧚 지난 레터에서 소개했던 '플랫 아파트-자기만의 방', 다들 잘 입주해주셨죠? (아직도 안하셨다면 링크 클릭!) 지난 3주간 무려 476명(28일 오전 기준)이나 찾아와주셨어요. 여러분의 성원 덕에 총 59개동으로 이뤄진 대규모 단지로 성장했습니다. 💃🕺 감사합니다!

🧚 자기만의 방에서 입주자분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온전한 나로 지내기'였어요. 특히 저는 제이제이님의 방이 눈에 띄었는데요. "실수해도 충분히 수습하고 다른 방법을 도전해볼 수 있는 방. 우리는 항상 더 나은 나를 꿈꾸고, 미래를 위해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라고 써주셨습니다. 모든 입주자님이 이렇게 온전히, 자신의 삶을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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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방적 사진 전송은 범죄…영국에선 감옥 갑니다

🧚 영국 잉글랜드법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성들에게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낸 30대 남성에게 징역 66주의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상대가 원치 않는 민감한 성적 이미지를 전송하는 행위도 디지털 성범죄의 일종으로 보고 지난 1월부터 관련법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처음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나온 겁니다.

🧚 영국에선 2021년부터 이렇게 원치 않는 성적 이미지를 전송하는 '사이버플래싱'(Cyber Flashing)에 대해 법적 제재를 가하자고 논의했습니다. 18~24세 여성의 절반 가량이 사이버플래싱을 경험했다고 해요. 특히 가해자 대부분이 '불쾌감을 줄지 몰랐다', '장난이었다'고 주장해 범죄 입증에 어려움을 겪죠. 잉글랜드 검찰청은 이번 판결에 대해 "두 피해자에게 신속하게 정의를 구현했다"며 "시민들은 어디서나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 ☠️ [도서 증정 이벤트]

💬 지금 레터를 읽고 있는 입주자 여러분, 혹시 무슨 옷 👕👖👗 입고 계세요? 우리는 먹는 음식이나 얼굴과 몸에 바르는 화장품에 대해선 굉장히 예민하게 생각하죠. 하지만 24시간 피부를 감싸는 옷에 대해선 어떤가요? 옷을 살 때 '얼마나 안전한가'를 고민해본 적 있으세요?

💬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는 수은, 크로뮴, 포름알데히드 등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이 어떻게 옷 가공에 쓰였는지, 이 물질은 우리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루는 책입니다. 저널리스트이자 패션전문가인 저자 올든 위커는 '독성 패션' 때문에 건강 이상을 겪는 사람들을 직접 만났어요.

💬 어떻게 옷 때문에 사람이 아플 수 있는 걸까요? 이런 신호는 항공업계에서 먼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 2011년, 미국 알래스카항공이 유니폼을 교체한 뒤 승무원 수백명이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2016년에는 아메리칸항공 승무원들이 새 유니폼을 입은 뒤 수개월동안 고통을 호소했고요.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눈꺼풀이 부어오르고, 눈에 고름 딱지가 앉기도 했습니다.

💬 이에 미 항공승무원협회 소속 산업위생 전문가인 주디슨 앤더슨은 새 유니폼의 서로 다른 부위에서 잘라낸 60개의 옷감 샘플을 워싱턴대학 연구실로 보냈습니다. 조사 결과 유니폼에서는 총 97개의 서로 다른 화학 화합물이 확인됐습니다. 샘플 13개에는 과도한 수준의 납과 비소가 들어있었죠. 🙀 이런 현상을 보면서 저자는 생각합니다. "'독성 패션' 문제가 항공 산업에만 국한된 것일까?" "화장품이나 세제, 포장 식품에는 성분 목록이 붙어있지만 패션 제품은 그렇지 않다."

💬 일반인은 매일 입는 옷이 달라지기 때문에 섬유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긴 쉽지 않죠. 그렇지만 화려한 색을 내기 위해 독성 물질을 사용하거나,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건 실제 있었던 패션의 '흑역사'입니다.
💬 저자는 '독성 패션'을 피하기 위한 지침들을 알려줍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브랜드나 최신 유행을 반영하고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브랜드를 피하라, 기능성 소재나 채도가 지나치게 높은 색을 쓰는 옷을 피하라 등이에요. 하지만 궁극적인 건 소비자가 아닌 업체가 변화하도록 하는 것이겠죠. 테스트받지 않은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업체에 세금을 부과하고, 패션 제품에 성분 목록을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