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지지 않겠다"는 말 Season 4 🌊🏄♀️ Vol 4. 2024.04.12. ~ 2024.04.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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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들의 연대, 그렇게 일상은 돌아온다
- 총선 그후, 플랫의 시간은 이제부터
- MZ는 '투표 인증샷'도 다르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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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의 연대, 그렇게 일상은 돌아온다
"넌 머리가 짧은 걸 보니 페미니스트네.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돼."
매일 출근해서 일하는 곳에서 갑자기 누군가 난입해 이런 말을 한다면, 그리고 그가 휘두른 폭력에 정신을 잃고 만다면. 이런 끔찍한 상황, 상상해본 적 있으신가요?
입주자 여러분, 오늘은 지난해 11월 경남 진주의 한 편의점에서 벌어진 무차별 폭행 사건 이야기로 시작하려 합니다. 당시 20대 남성이 편의점에서 일하던 20대 여성을 마구 폭행하고, 그를 제지하려던 50대 남성까지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죠.
저도 당시 기사로 사건을 접하고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고작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내가 일하는 곳에서, 생면부지의 인물에게 폭행당한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무서운 일이잖아요. 그날 이후 다섯달이 흘렀고, 지난 9일 1심 재판부인 창원지법 진주지원이 가해자에 대해 징역 3년형을 선고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5년을 구형했는데, 이보다 줄었죠. 재판부는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로 추정된다"고 봤어요.
플랫팀은 선고를 앞두고 여전히 신체적·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자 2명을 서면과 전화로 만났습니다. 왼쪽 귀에 난청이 와서 평생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는 20대 여성, 그리고 그를 돕다가 크게 다쳐 병원에 다니느라 직장까지 잃은 50대 남성. 제가 둘중 하나였다면 세상에 대한 분노와 우울감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들의 얘기는 달랐습니다. 피해 여성은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절대 지지 않겠다"고 말했어요. “저를 돕다가 다친 피해자 어른이 없었다면, 저의 오늘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연대해 주시는 분들도 만날 수 없었을 것이고, 제 가족들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했을 겁니다.”
반대로 피해 남성은 '딸 같아서 돕지 않을 수 없었다'며 "저에게 미안해 할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주위에서 '그냥 피하지 왜 도왔냐'고 하는데, 만일 그냥 지나쳤다면 나중에 마음이 더 괴로웠을 것"이라고요. 이들은 사건 이후 연락을 이어가며 안부를 묻거나 재판 일정을 공유하고 있다고 해요. 피해자끼리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면서, 깎여나갔던 일상이 다시 조금씩 채워지는 것이겠지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무엇보다 바뀌어야 할 것은 법의 공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그저 머리 짧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차별 폭행했다는 점에서 '혐오 범죄' 성격이 강합니다. 그런데 국내에는 혐오 범죄와 관련된 법규가 없습니다. 현재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등은 관련 법에 따라 피해자를 명명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지원할 수 있지만, 혐오 범죄는 그렇지 않죠.
이 때문에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 등 연대 단체는 이번 판결 역시 '혐오 범죄'로 보고 더 강하게 처벌하지 않은 데 대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특정 집단에 속한 사람을 범행 표적으로 삼고, 혐오 감정으로 공격하는 것이 혐오 범죄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이번 사건의 원인은 정신질환도 정신장애도 아닌, 피고인이 가지고 있던 여성에 대한 혐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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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2대 국회를 이끌어나갈 의원들이 마침내 뽑혔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곳은 대전입니다. 지역구에서 최초로 여성 후보들이 당선된 겁니다. 유성을 황정아 민주당 후보, 대덕구 박정현 민주당 후보가 그 주인공입니다. 🙌 과거 보수적 색채가 짙었던 충청권 정계에서 유례 없는 일이죠.
🧚 하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여전히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작습니다. 전체 당선인 중 여성 비율은 단 20%(60명). 지역구 254석 중 36명(더불어민주당 24명, 국민의힘 12명), 비례대표 46석 중에서 24명(더불어민주연합 8명, 국민의미래 9명, 조국혁신당 6명, 개혁신당 1명)입니다. 21대 국회와 비교해보면 고작 1% 증가한 겁니다. 💁♀️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는 "성평등 가치는 나중이 아니라 지금 당장 추구해야 하는 것"이라며 "여성, 소수자를 향한 배제와 혐오의 사슬을 끊기 위해 어떻게 의정활동을 진행하는지 끊임없이 감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 대표성뿐 아니라 성평등 의제가 사라진 점, 공천된 여성들의 직업이 다양하지 않은 점은 국회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합니다. 그래서 감시자이자 주권자로서 여성의 역할이 더 커지는 것이겠죠. 플랫팀 역시 누가 어떤 약속을 얼마나 지키는지, 계속 확인하겠습니다. 정치가 가장 늦은 것 같지만, 가장 쉽게 바뀔 수 있는 것도 정치니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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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 사러 갔다가 내게 맞는 사이즈가 없어서 당황한 적, '프리사이즈'라고 해서 샀는데 너무 작아서 화났던 적, 한번쯤은 있으시죠? 🤷♀️ 이런 억울한 기분이 근거 없는 게 아니라는 결과를 수치로 보여드릴게요.
🧚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가 의류 온라인 쇼핑몰인 무신사와 29CM에 최근 올라온 여성복 4만5678개의 상품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는데요, 전체의 39%(1만7835개)가 프리사이즈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남성복은 6.8%만 프리사이즈인 것과 비교하면 여성복 중에 프리사이즈가 많다는 거죠. 😮
🧚 프리사이즈는 원래 말 그대로 ‘모든 사람이 신체 치수에 관계없이’ 입을 수 있는 단일치수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마르고 날씬한' 여성의 이미지가 확고한 한국에선 이 단어가 사실상 '단일한, 작은 사이즈'를 뜻합니다. 의류에 기재된 치수를 수집해보니 무신사의 여성복 상의 1만856개 중 프리사이즈의 평균 가슴단면은 49.1㎝로, 중간 사이즈라고 할 수 있는 M사이즈 평균 51.2㎝보다 작았어요. 👕이에 대해 김진영 홍익대 교수는 “한국 여성들은 미에 대한 기준이 비슷하고 몸무게나 사이즈에 대한 강박이 있다”며 “사이즈가 없으면 생산자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몸이 뚱뚱하다며 본인을 탓하면서 다이어트를 해서 기준을 맞추려고 한다”고 말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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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0 총선 투표는 다들 잘 하셨나요? 저는 본투표일에 한표를 행사하고 왔는데요, 오늘은 SNS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한 '투표 인증샷'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
💬 원래 투표 인증샷이라고 하면 빨간색 기표 도장을 주먹 쥔 손등에 찍은 뒤, 투표소 앞에서 함께 찍는 방식이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달랐습니다. X(옛 트위터)에 '투표 인증'이라고 검색하면 유권자들의 활발한 인증샷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만화 캐릭터, 스포츠 팀이나 선수를 응원하는 사진과 그림을 미리 준비해간 뒤, 그 위에 도장을 찍는 거죠. (위 그림은 만화 '슬램덩크' 주인공 강백호예요. 🏀 여기에서 원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이런 유행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활발히 퍼졌습니다. 원래 손등에 도장을 찍어 SNS에 사진을 찍어 올렸는데, 이게 감염 우려 때문에 금지됐기 때문이죠. 개인이 별도로 가져온 투표 인증 용지에 기표 도장을 찍어 온라인에 게시하는 건 현행법상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2022년 20대 대선과 이번 22대 총선까지 재미있는 유행이 이어지고 있어요. 👌
💬 그래서 플랫팀도 만들어 봤습니다, 투표 인증 용지! 선거일은 지났지만, 플랫팀 기자들의 투표 인증샷과 인증 용지 제작 후기는 여기서 확인해주세요.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질 때까지'라는 플랫의 시그니처 문구가 특히나 마음에 듭니다. 😸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팔로우, 좋아요도 잊지 않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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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 Flat 🌏
👤 몇 년 전부터 오르는 물가에 가장 많이 줄여 오던 게 의류 구입 비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책 소개 글을 보고 놀랐어요. 돈 조금 아끼겠다고 한 행동들이 결과적으로 건강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혀 장기간 고통스럽게 만들고 오히려 치료 비용으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는 점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어요.
👤 침대 매트리스에서 발암물질이 나와서 한동안 떠들썩했던 사건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왜 그보다도 더 오랜 시간 몸에 입고 쓰고 신는 옷에 대해선 위험성을 논해보지 않았는지 이제서야 궁금해지네요. 어릴 때 아토피로 고생한 적이 있어 꾸밈보다 실용 위주의 패션을 추구해왔습니다. 초등학생 때 새로 산 진청색 청바지를 입었다가 다리 전체가 짙은 염료로 물들고 울긋불긋해졌던 일은 아직도 기억납니다. 20대 초반엔 친구들이 귀를 뚫고 귀걸이를 하며 쇳독이나 염증으로 처방을 받은 걸 가까이서 보기도 했어요. (…) 왜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을 만큼 병을 유발하는 소재로 패션 용품을 생산하는지 의문입니다.
👤 얼마 전 경향신문을 통해 농업용수에서 '라돈'이 검출되어 농민들을 위협한다는 칼럼을 읽었습니다. 평소 재난에 관심이 많은데, 대형 참사와 산업재해가 아니더라도 자본주의를 굴러가게 하는 일상적 요소 하나하나가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재난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도서가 서술하는 '안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플랫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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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Flat 🧀
책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 증정 이벤트에도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항상 플랫 레터와 이벤트에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 당첨자분들께는 개별 연락 드릴게요.
위 의견은 독자님들이 주신 의견 중 일부입니다.
저 역시 옷에는 관심이 많지만, 정작 그게 어떤 원료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것 같더라고요. 일상에서 좀 더 윤리적이고 건강한 선택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저도 많이 고민해봐야겠습니다.
그간 플랫팀은 총선 등으로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새로운 기획도 해보려고 하는데요, 입주자님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적극적 참여를 기다립니다!
레터를 잘 읽고 계시다면, 거기 있다고 손 한번 🤚 들어주시겠어요?
플랫 우체통을 가득 채워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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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에서 다뤘으면 하는 콘텐츠나 주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여러분의 한마디가 플랫을 지속해나가는데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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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모이는 곳. 플랫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질 때까지 여성들의 목소리를 주변이 아닌 중심에 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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