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Season 4 🌊🏄♀️ Vol 36. 2025.01.03. ~ 2025.0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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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연대한 우리들은 앞으로 나아간다
- '구조적 성차별 없다'고? 우리 지금 꼴찐데?
- 사실 이것은 호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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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연대한 우리들은 앞으로 나아간다
입주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해가 바뀌고 돌아온 플랫입니다.
잘 지내냐는 안부를 묻는 것도, 가벼운 농담을 건네는 것도 조심스러운 나날들입니다. 2025년의 첫 플랫 레터를 이런 이야기로 시작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12월 29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벌어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소식을 저는 KTX 열차 안에서 전해들었어요. 부디 한명이라도 더 목숨을 구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랐는데,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앞서 숱한 참사에서 겪었던 아픔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서로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하는 것 외에 이 공동체가 도대체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할 수 있는지 깊은 회의감이 들었던 한 주였습니다. 여객기 노후화와 정비 부실의 문제든, 공항의 부지 선정과 건설 문제든, 누군가 사소하게 넘겼던 작은 틈 하나가 이렇게 커져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모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
오늘 레터에서는 동덕여대 사태의 후속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이전 레터들에서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반발한 학생들의 학교 건물 점거와 시위에 대해 썼었죠. 이들의 본관 점거는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해제됐지만, 재학생과 졸업생 연대가 꾸려져 학교와의 싸움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간 학교 측은 학생들을 상대로 압박을 이어왔습니다. 🚨 재학생을 공동재물손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가 하면 '과잠(학과 점퍼)' 시위를 소방기본법 위반이라고 하면서 수거하려 했죠. 학생들이 쓴 대자보는 '불법 게시물'이라며 금지했고요. 이런 비민주적인 처사에 졸업생들이 힘을 보태고 있어요. 🏋️♀️ 졸업생 연대의 김강리씨는 "2017년도에 학생들이 학사 제도 협의체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을 때에도 학교가 이를 무시해서 본관 점거에 나섰다. 선배들이 학내 민주주의를 완수하지 못했다는 데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여의도 국회 앞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시작으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트랙터 투쟁단의 밤샘 집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주장 시위 등 곳곳에서 연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는데요. 이 흐름이 동덕여대 학생들을 향한 지지와 응원으로도 이어지는 중입니다.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에는 재학생들이 전장연 집회에서 연대 발언에 나섰고요, 27일에는 반대로 시민들과 장애인 활동가들이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민주없는 민주동덕' 집회에 참여해 연대로 화답했습니다. 🌈🤝 이 집회는 주최 측이 외부인도 참여할 수 있게 하면서 규모를 키웠는데요. 실제로 재학생이 아니지만 연대를 위해 자리를 채운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한 참가자는 "20대 여성들은 당사자가 아니어도 의제에 깊게 공감하고 지켜야 하는 것들, 옳다고 생각하는것들이 있으면 거침없이 광장에 나가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물론 20대 여성만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다양한 세대, 많은 성별이 참여했어요. 이규식 전장연 대표 등 전장연 활동가들도 집회 현장을 찾아 힘을 보탰습니다. 전장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혐오 사회의 탄압과 폭력에 맞서는 동덕여대 동지들에게 연대했다. 앞으로도 함께 하겠다"고 남겼습니다. 동덕여대는 학생들의 시위 초기부터 '외부 세력 개입' 등을 주장했는데요, 그 배후가 누군지 이제 명확해지는 것 같습니다. 응원봉의 빛으로 연대한 시민들, 맞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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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은 비상계엄 이후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크고 작은 목소리를 타임라인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
‘나중에’ 아니라 ‘지금’, ‘누구 빼고’ 대신 ‘같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 새로 그릴 세계에 반드시 담겨야 할 이들의 목소리를 👉이곳에서 확인해주세요! 😊💝
(추가했으면 하는 발언도 언제든 환영입니다. 아래 피드백에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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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큰 중심을 잡은 이들은 2030 여성들입니다. 이 배경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들이 사회·경제적 차별에 분노했다는 분석입니다. 윤 대통령이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한 것과 달리, 현실의 여성들은 돌봄 노동과 낮은 임금, 경력 단절 등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기 때문이죠.
📉 한국 성별 임금 격차는 31.2%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큽니다. 통계청은 지난해 15~39세 여성의 근로·사업 소득이 2447만원으로 청년 남성(3408만원)의 71.8%에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또 여성들은 20대 취업 이후 30~40대에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유리천장 역시 견고하죠. 한국의 여성 관리자 비율은 OECD 평균(34.2%)의 절반도 되지 않는 14.6%입니다.
📉 이런 현상은 OECD 회원국 중 최장시간 노동국가라는 한국의 현실과도 닿아 있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는 '탐욕스러운 일자리'를 성별 임금격차 원인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남성은 언제든 장시간 노동에 대비할 수 있는 대신 높은 보수를 받는 탐욕스러운 일자리를 택하고, 여성들은 육아 등 돌봄을 위해 유연한 일자리를 선택한다는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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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부터 신혼부부에게 최대 100만원을 세액공제하는 '결혼 세액공제'가 신설됩니다. 또 2월 23일부터는 부모가 각각 육아휴직을 3개월 이상 사용한 경우, 육아휴직 기간이 현행 1년에서 1년6개월로 연장됩니다.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이 10일에서 20일로 확대되고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대상 자녀 연령은 8세(초2) 이하에서 12세(초6) 이하로 확대됩니다.
👉 7월부터는 양육비 선지급제가 도입됩니다. 양육비를 못 받고 있는 한부모가족에게 국가가 양육비를 우선 지급하고, 이를 비양육자에게 회수하는 겁니다. 저소득 한부모가족에게는 아동 양육비 지원금액을 자녀 1인당 월 23만원으로 올리고, 24세 이하 저소득 청소년한부모에겐 월 37만원을 지급합니다.
👉 가장 중요한(!) 최저임금은 시간급 1만30원으로 인상됩니다. 주 근로 40시간 기준 월 환산액은 209만6270원이에요. 7월부터는 수영장·체력단련장 시설 이용료에 대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적용이 확대됩니다. 상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확인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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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글에는 영화 <서브스턴스>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주 레터에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밝고 귀여운 콘텐츠를 소개해드렸는데요. 이번주엔 꽤나 잔인하고 충격적인 작품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바로 영화 <서브스턴스>입니다. 저는 휴일에 영화관에서 보고 왔는데요.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단 1분도 눈을 뗄 수 없는, 아주 흥미진진한 영화였습니다. 🤩
💬우선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저는 고어물을 굉장히 좋아하고 잘 보는 편(…)이라는 점인데요. 이 작품은 '19금'에 맞게 시뻘건 피가 쏟아지는 건 물론 신체가 변형되고 훼손되는 수많은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런 장르를 싫어하는 분들은 줄거리 정도만 참고하셔도 좋겠습니다.
💬영화는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박힌 별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이라는 이름은 한때 반짝이는 별 그 자체였습니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명예의 거리에도 입성한 대스타였죠. 하지만 지금은 TV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전락했고, 그마저도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해고됩니다. 돌아가는 길에 그는 교통 사고를 당해 병원에 실려가는데요, 우연히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권유받아요. 이걸 주사하면 젊고 아름다운, 그러니까 나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생긴다는 겁니다. 반신반의하던 엘리자베스는 결국 약을 손에 얻게 되고, 한번의 주사로 수(마거릿 퀄리)가 탄생합니다. 혈색 도는 얼굴엔 주름이라곤 하나도 없고, 엉덩이와 가슴은 완벽한 탄력을 자랑하며, 머리숱도 풍성하고, 그야말로 온몸에서 빛이 나죠.
💬<서브스턴스>의 메시지는 명료합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자의로든 타의로든 경험하게 되는 외모에 대한 강박, 검열, 그리고 이로 인해 생겨나는 자기 혐오를 다루고 있어요. 🤔 다만 이 영화가 독특한 점은 '서브스턴스'라는 약물과 그 규칙입니다. 엘리자베스에게서 태어난 수는 한정된 기간만 살 수 있어요. 수의 몸으로 7일을 살면, 엘리자베스의 몸으로 돌아와 다시 7일을 살아야 합니다. 반드시요. 그래야 '균형'이 유지될 수 있어요.
💬문제는 엘리자베스에게서 태어난 또다른 나, 수의 욕망입니다. 수가 단박에 스타로 떠올라 새로운 쇼의 주인공 자리를 꿰찰 동안 엘리자베스는 홀로 고립되고, 수에게 점점 더 많은 것을 빼앗기게 돼요. 신체와, 시간과, 인생을요. 그의 몰골은 갈수록 변해서 나중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어질 정도입니다.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인데도 그 괴리는 점점 커집니다.
💬이렇게 신체 변형·훼손이 나오는 공포 영화를 '보디 호러' 장르라고 하죠. 그런데 저는 이 '호러'가 우리가 실제 겪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프랑스 여성 감독 코랄리 파르자도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몸은 끊임없이 판단되고, 분석되며, 성적대상화 된다.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맞춰야 하는 상황 자체가 폭력이다. 여성으로 존재하는 것이 곧 '보디 호러'다. 신체 변형과 피범벅으로 여성에 대한 사회의 폭력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이런 의미가 잘(?) 전달된 까닭일까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보디 호러물로는 이례적으로 개봉 초기 관객몰이에 성공하며 누적 관객 16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장르물 좋아하는 분들께는 왕추천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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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 Flat 🐍
👤 올해의 여성, 뒤늦게 구독해서 5·18 성폭력 피해자 모임 '열매'는 이번에 알았어요. 안그래도 소년이 온다를 얼마전에 읽어서 피해자들이 어떤 마음이셨을까 감히 짐작해보네요. 한국성폭력상담소 엔딩까지 여러모로 애쓰는 플랫팀에게 감사해요.
👤 저의 12월은 광장이었습니다. 광주 금남로에서부터 광화문과 남태령, 한남동 관저 앞까지 함께하면서 효능감을 많이 느꼈던 거 같아요. 뉴스를 보면 생일인데 집회에 참여했다는 인터뷰가 종종 나왔습니다. 저도 생일날 집회에 갔었는데요. 다른 생일선물도 좋았지만, 모두가 연대하면서 환호하는 공간에 함께 있었던 시간이 더 기쁘게 느껴졌습니다. 전부터 좋아한 광장에서의 인사말이 있는데요. "투쟁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투쟁!"이에요. 긴 싸움이 되겠지만 장기전이라고 지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믿습니다. 우리의 새해가 안녕할 수 있길 바랍니다. 투쟁!
👤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여성의 연대를 말씀하셨는데, 2024년에 제게도 큰 울림을 주었던 여성 연대 정신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어요! 플랫 레터를 일 년 동안 구독하였는데 쉬지 않고 달려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플랫’이라는 뜻처럼 평등을 향해 달려가는 소식들을 전달해 주셔서 늘 잘보고 있습니다. :) 2025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플랫팀! 지난 7/31 수요일 무더운 여름날에 입주자 반상회에서 뵙고 연애 얘기로 열 올렸던 독자입니다 ㅎㅎ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네요.
(…) 오늘 뉴스레터에서 갈무리 해주셨던 것처럼, 아무리 지난하고 오래 걸릴지라도 연대하는 마음들, 옳은 것을 향해 가는 마음들, 부조리를 기록하는 사람들, 작가님들과 기자님들, 그 진흙속의 연꽃같은 존재들과 내년엔 더 힘주어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 덕에 버티고 그 덕에 기쁘고 그 덕에 살았습니다. 올 해는 정말 고통을 많이 다루는 시기였는데, 내년에는 좀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어려움들을 겪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올 해에 입주자 반상회 자주 열어주셔서 플랫팀과 긴밀하게 만나뵐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얼굴도 모르던 분들과의 툭터놓고 나누는 부조리에 대한 알싸한 대화가 오래 기억에 남았던 한 해였습니다. 내년에도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ㅎㅎ 1년 동안 사회의 여러 곳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2024년 잘 마무리하시고, 어디에서든 건강하고 안녕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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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Flat 🍏
플랫팀에게 도착한 수많은 메시지를 읽으면서
입주자분들의 마음이 하나하나 느껴져서 정말 좋았습니다.
이번주 내내 입주자 여러분도 슬프고 참담한 심정이셨겠죠.
우리에게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요 며칠이었습니다.
여전히 참사 수습은 진행 중이고, 탄핵 정국도 요란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남은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아주 자그마한 희망이겠죠.
우리의 존재가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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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에서 다뤘으면 하는 콘텐츠나 주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여러분의 한마디가 플랫을 지속해나가는데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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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모이는 곳. 플랫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질 때까지 여성들의 목소리를 주변이 아닌 중심에 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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