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는 힘이 있다

2022. 11. 4.

🍓우리의 슬픔에는 힘이 있다

VOL 12 . 2022.10.28~11.03

*스티비 요금 구간 변경 문제로 발송이 조금 늦어졌습니다. 기다리셨을 독자 여러분들께 양해를 구합니다.

슬픔에는 힘이 있다

"한주 동안 잘 지내셨냐"는 말로 레터를 시작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흔한 안부 인사 건네기조차 조심스럽습니다. 지난달 29일 밤 이태원에서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거리로 나선 청춘들이 국가의 무능과 무관심, 무책임으로 인해 숨을 거뒀습니다. 레터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번 참사로 세상을 떠난 희생자 156분, 아직 치료 중인 부상자 분들,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모든 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글을 레터에 쓰는 것이 맞을까. 발송 전날까지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참사 장면을 SNS로 공유하거나 희생자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 아비규환 속에서도 구조 활동에 나선 시민들의 이야기, 준비도 없이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유가족들의 절규, 4시간 넘는 시민들의 구조 요청에도 묵묵부답이었던 경찰과 책임 회피에 급급한 공직자들에 대한 분노… 쏟아지는 말과 글을 소화하기 힘들었고, 제가 무엇을 더 보탤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참사 현장에 있지 않았던 제가 말을 얹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가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어요. 결국 '애도하는 나'를 전시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랬던 제가 마음을 바꿔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조용히 추모만 하면 되지 #PrayforItaewon같은 해시태그 붙이면서 오바하는 것도 보기 싫다." 지인의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이 글을 발견한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에 뭐라 말할 수 없는 분노가 몰려왔습니다. 그리고 꼭 이번주 레터에 이태원에 관한 글을 써야겠다 결심했어요. 플랫 독자 여러분은 잘 지내고 계시냐고, 혹시 잘 지내지 못하더라도 괜찮다고, 슬픔이든 분노든 죄책감이든 무력감이든 우리의 감정을 애써 숨기거나 외면하지 말자고 말씀드리고 싶었거든요.

2004년 세상을 떠난 정신의학자이자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는 저서 <상실 수업>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낸 사람들을 위한 반응을 5가지로 정리합니다. 이른바 '애도의 5단계'로 불리는 부정-분노-타협-절망-수용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로스는 "애도의 5단계는 상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배우게 될 것들을 하나로 모아둔 틀일 뿐, 모두가 이 5단계를 순서대로 거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어요. 몇달간에 걸쳐 서서히 애도 기간을 지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애써 묻어두고 살던 감정이 수십년 후에야 폭발해버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애도에는 정해진 규칙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잠시 일상을 멈추고 조용히 마음을 정리하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면서 회복을 향해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각자가 살아온 삶의 역사만큼이나, 상실에 따른 애도 반응은 다양합니다. 어떤 애도는 올바르고, 어떤 애도는 올바르지 않다고 정의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프랑스 기호학자 롤랑 바트르는 어머니가 죽은 다음날부터 2년 동안 애도 일기를 쓰고 이를 책으로 묶었습니다. <애도 일기(Mourning Diary)>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이 책에는 23세부터 84세로 별세하기까지 홀로 바르트를 키운 어머니를 추모하는 아들의 마음이 절절히 기록되어있죠. 바르트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일상의 순간순간을 침습합니다. 어머니의 죽음을 과장하고 극화한다는 생각을 견딜 수 없었던 그는, 자신의 슬픔을 누구에게도 내보이지 않습니다.

애도의 과정은 고통스럽고, 그렇기에 외롭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호적인 애도야말로 '회복'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지적합니다. 참사의 기억이나 감정이 일상에 불쑥불쑥 찾아오더라도, 이를 가감없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괜찮다는 것이죠. 전문가의 심리 상담을 받는 것도 좋지만,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되지 않는다면 가까운 가족·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괜찮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자신의 감정을 글로 기록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지요. (아래 '뉴스레터 구독하기'를 통해 플랫팀에게 그날의 기억과 경험, 감정을 남겨주셔도 좋고요.)

"평생 애도하지 않는 삶을 살 방법은 단 하나다. 사랑 없이 사는 것. 사랑이 그러하듯, 애도 또한 당신의 인간성을 표현한다." (<우리는 저마다의 속도로 슬픔을 통과한다> 중에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내가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그 슬픔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줍니다. 그 슬픔이 나만의 감정이 아님을 느낄 때, 우리의 슬픔은 이러한 참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이 됩니다. 그러니 우리 밑바닥까지 슬퍼하고, 조금도 남김없이 표현합시다. 터져나오는 눈물을 애써 참지 말고, 솟구치는 분노도 그대로 응시합시다. 그리고 곁에 있는 서로의 안부를 물읍시다. 그럼으로써 슬퍼하지 않는 사람들, 슬픔을 방패막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슬픔이 가진 힘을 보여줍시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s. 이태원 참사와 관련, 읽어보면 좋을 기사들을 소개해요.

1. 선생님 제가 생존자인가요.

한국심리학회 무료 전화상담을 받은 이태원 참사 생존자의 글입니다. 트라우마 반응을 보이는 이들의 다양한 감정, 복잡한 생각이 잘 담겨있습니다. 참사의 '트리거'가 될 수 있는 내용도 있지만, 죄책감에 시달리고 계신 이들에게 연대와 위로를 전하는 글이라 공유합니다.

2. [시사인]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그날, 이태원에서

29일 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피해자 구조 작업에 나섰던 시사인 문광호 기자의 글입니다. 긴박했던 현장의 모습을 전한 이유는 "참사 수습 과정을 보며 그날을 되짚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자책과 후회는 왜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몫이 되어야 할까요.

3. 전 국민이 트라우마? 팩트 체크와 국민적 애도

이번 레터를 쓰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었던 권수영 연세대 교수의 칼럼이에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의 심리상담 지원을 맡았던 권 교수는 "애도의 핵심은 안전감을 회복하는 일"이며 "마음껏 울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을 때 불안과 긴장이 사라진다"고 지적합니다.

4. 뒤죽박죽 뒤엉킨 재난 보고 체계···경찰청장과 대통령 같은 지시 반복

고인에 예를 갖추고 명복을 비는 것이 사적 애도라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진상규명에 나서는 것은 공적 애도입니다. 4시간동안 11차례의 구조 요청이 있었음에도 국가 재난 대응 체계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자세한 정황을 담은 기사입니다.

5. [책과 삶] 누군가를 잃어버렸나요

레터 본문에 소개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상실수업> 서평입니다. 2014년에 쓰여진 기사이지만, 애도와 상실의 본질을 담고 있는 좋은 글입니다. "몸이 요구하는 대로 다 들어주라" "슬픔에 종결은 없다는 것을 알라"는 메시지를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플랫팀 ｜ 심윤지 기자

갈팡질팡 페미니스트

광고·협업 문의는 flat@khan.kr

"바로잡습니다"

"기자님들의 취재후기가 특히 궁금해요." 지난회차 레터에서 한 독자님이 주신 피드백인데요. 사실 이 레터를 쓰고 있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동료 기자들이 현안에 대해 생각을 하는지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많지 않아요. 제가 주니어 기자들의 칼럼 코너인 주간경향 <꼬다리>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이번 회차 필자는 사건팀 이유진 기자였습니다. 그는 지난 3월 꼬다리 칼럼을 통해 "쏟아지는 정치와 국제 뉴스에 무력감과 공포를 느낄 때마다" 포켓몬빵 띠부씰을 모으며 '힐링'을 하고 있다고 적었는데요. 최근 SPL 공장 노동자의 사망 소식을 접한 뒤, 과거의 칼럼이 부끄러워졌다고 말합니다. "외면해서도, 외면할 수도 없는 진짜 현실은 포켓몬빵 열풍 이면에 숨겨진 노동자들의 피와 눈물이었다"면서요. 여담이지만 칼럼이 나간 후 불매운동 여파로 포켓몬빵 매출이 줄었고, 사측이 노조 요구사항이었던 '사회적 합의 공동검증'에 전격 합의했다는 기사를 접했어요. 냉소에 지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또 한 번 느낍니다. 칼럼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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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기자부터 킴 카다시안까지… ‘여자어’의 탄생으로 본 차별의 역사

SNL 코리아의 '주현영 인턴기자' 기억하시나요. '음... 어...'같은 확신 없어보이는 말투, 떨리는 음성으로 '공적 발화에 익숙하지 못한' 20대 여성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당시엔 "젊은 여성들의 모습을 웃음거리 삼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페미니스트 언어학자 어맨다 몬텔의 <워드슬럿>은 이러한 비판 뒤에 '젊은 여성들의 말투를 보는 사회의 부정적 시선'이 있음을 짚습니다. 그는 '여자어'로 불리는 말투가 저평가받아 마땅한지를 언어학적으로 추적하며 "언어 형성에 관여한 이들은 대부분 남성"이었음을 드러냅니다. 욕설이나 비속어엔 젠더 권력관계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요. 여성을 묘사하는 단어는 처음에 중립적·긍정적이다가도, 시간이 지날수록 성적인 모욕으로 변질되곤 했습니다. '슬럿(Slut)' 역시 중세엔 '칠칠치 못한 여자' 정도의 의미였다고 하네요. 흥미로운 사례와 통찰이 담긴 이영경 기자의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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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가는 마음, 그 복잡함에 대하여:플랫 독자들이 답하다

지난주 플랫에서 많이 본 기사 1위, 플랫 오리지널 기사 소개해드려요. 지난달 7일 보내드린 <페미니스트의 결혼식> 회차 기억하시나요. 당시 플랫팀은 뉴스레터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결혼식에 대한 독자들의 생각을 여쭤봤었는데요. 이 기사는 독자들이 보내주신 답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독자들의 답변을 본 홍혜은 페미니스트 연구활동가는 “좋은 사람이 있으면 결혼하고 싶다는 여성들과, 좋은 사람이 없어 결혼하지 않겠다는 여성들은 사실 같은 불안감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여전히 개인과 개인이 가장 안정적으로 결합하는 방법이자, 가족 단위로 제공되는 여러 사회적 혜택을 누리는 수단이기 때문이죠. 결혼을 준비중인 분, 결혼을 할수 없는 분, 결혼을 하지 않기로 한 분까지. 다양하고 풍성한 답변들을 보며 '지금 (나를 포함한) 한국 여성들이 결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어요. 어떤 선택을 하든, '행복'과 '안전'이 최우선의 기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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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기 쉬운 젠더 뉴스를 '세줄 요약' 해드립니다.

🤔 미국 연방대법원의 '로 앤 웨이드' 판례 폐기 후 미 전역에서 합법적 임신중단 수술이 6% 가량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각 주들이 임신중단을 제한하는 법률을 시행하면서, 여성의 임신중단권이 실질적으로 축소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미국, 임신중단 권리 폐기 판결 뒤 합법적 임신중단 6% 감소"

😃 호주에서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열흘간의 유급 휴가를 보장하는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지난 10년간 노동계가 요구해 온 이 법은 "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벗어나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는 조치를 하려면 '일을 쉴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 호주 가정폭력 피해자 10일 간 유급휴가 쓸 수 있다

😢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담당한 간호사 10명 중 7명은 환자로부터 폭언·폭행을 당했고, 절반은 이직을 고려했다는 인권위 실태조사가 나왔습니다. 악성 민원과 언어 폭력, 죄책감, 수면장애, 대상포진 등의 건강악화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상당했습니다.

▶일 폭탄에 손찌검까지… 감염병 시대에 멍든 간호사들

플랫은 여러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피트니스 업계의 성착취를 고발한 여성 보디빌더들

‘미투의 도화선’이 된 하비 와인스타인 사건 기억하시나요. 사실 와인스타인의 성착취에 대한 소문은 2017년 뉴욕타임스 보도 이전부터 할리우드를 떠돌았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대부분은 비밀유지조항에 묶여있었고, 업계 거물인 와인스타인의 이름은 가해자로 호명되지 못했습니다. 어렵게 용기를 낸다 해도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증거가 없다’며 매도되기 십상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 기자인 조디 캔터와 메건 투히는 앞선 사례를 보면서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습니다. “저널리즘의 영향력은 특정성에서 나온다. 이름, 날짜, 증거, 그리고 패턴이다.” 실명을 밝힌 피해자들의 증언, 구체적인 증거가 뒷받침된 기사여야만 더 많은 피해자들을 수면 위로 끌어내고, 그의 가해 사실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잘 훈련된 기자들이 수 개월간의 에너지를 쏟아 만들어낸 보도의 파급력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로입니다.

지난 28일 워싱턴포스트 탐사보도팀의 기사는 '좋은 젠더기사'는 '좋은 기사'임을 증명한 또다른 사례입니다. 보도는 “미국 여성 프로 보디빌딩 선수들이 지난 15년간 업계 주요 관계자에게 성적으로 착취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피해자 9명의 인터뷰를 포함해 제3자인 연맹 관계자의 증언, 계약서 등 각종 문건, 가해자 반론까지 충실히 담았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국제보디빌딩연맹(IFBB) 짐 매니언 회장(78)의 아들 J M 매니언과 그 측근들입니다. 이들은 여성 선수들에게 누드 사진을 찍도록 강요하고, 이를 J M이 운영하는 소프트코어 포르노 사이트에 업로드했어요. 2008년 올림피아 피규어 부문 우승자 젠 게이츠를 포함해, 확인된 피해자만 200명이 넘습니다. J M이 자신에게 협조적인 선수들을 위해 성적을 조작했다는 관계자들의 폭로도 나왔고요.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한 보디빌더 맨디 헨더슨과 J M 매니언 프로덕션과의 계약서 @WP

J M의 패턴은 와인스타인의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누드 촬영 제안은 경기 하루 혹은 이틀 전 이루어졌습니다. 대회만을 위해 수개월 간의 식이요법과 강도 높은 운동을 견뎌 온 선수들이 가장 취약해진 순간을 노린 것이죠. WP가 만난 피해자들은 “제안을 거부하는 순간 대회에서도 우승할 수도 없고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도 없을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고 입을 모읍니다. 광고 계약이나 잡지의 표지 모델 기회를 얻으려면 프로 선수가 되어야 하는데, 이 프로 카드를 발급하고 선수들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것이 바로 J M이었거든요.

J M은 워싱턴포스트의 취재 요구를 거부했어요. 하지만 J M의 촬영에 동석했던 관계자는 선수들이 누드 촬영에 ‘동의’했다고 주장합니다. 촬영장에 어떤 의상을 가지고 오느냐는 "전적으로 선수의 자유 의지에 따라 결정됐다"는 것이죠.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피해자는 완전한 누드 촬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혔음에도 촬영을 강요받았고, 이를 거부하는 것은 ‘직업적인 자살(Career Suicide)’과 다름없었다고 증언합니다. 실제로 J M의 제안을 거절한 후 몇년을 '무수입 상태'로 보냈다는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피트니스 업계에 환멸을 느낀 젠 게이츠는 2008년 올림피아 피규어 우승 후 3년만에 업계를 떠났다. ⓒWP

워싱턴포스트 취재팀은 이러한 '구조적 성착취'가 가능했던 배경으로, 피트니스 업계 내 만연한 성차별을 지목합니다. 가장 권위있는 보디빌딩 대회 중 하나인 올림피아의 지난해 우승 상금은 남성이 67만50000달러(9억6390만원), 여성이 6만달러(8566만원)로 10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연맹 핵심관계자와 심사위원은 대부분이 남성이고, 경기 결과와 수입의 안정성까지 모두 이들에게 달려있습니다. 취재팀은 2009년 ‘비키니 종목’ 신설을 비롯해 여성 보디빌더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경향이 더욱 더 심해지고 있다고도 했어요. 피트니스 업계에 환멸을 느껴 은퇴를 결심했다는 게이츠는 비키니 선수의 코치 제안을 거절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어린 여성들에게 어떻게 돌아서 엉덩이를 내밀라고 가르칠 방법이 도저히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도덕적으로, 그 일을 할 수가 없었어요. 제가 그만두고 상황이 훨씬 더 나빠진 것 같아요. 업계를 빠져나왔다는 사실이 신의 은총처럼 느껴질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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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플랫팀에 남겨주신 이야기를 전해요.

✍️지난 회차 플랫 뉴스레터를 보고 구독자분들의 보내주신 피드백입니다.

🙋‍♀️"이번 레터 힐링 그 자체였어요. 세상에 변화는 별처럼 온다니. 별같은 레터 감사합니다. 덕분에 따뜻하게 하루를 시작해요!"

🙋‍♀️"텍스트보다 이미지, 사진을 좀 더 넉넉히 활용하면 좋겠어요."

💌Flat's comment !

안녕하세요. 플랫팀 심윤지 기자입니다. 구독자 여러분의 '힐링'같은 피드백, 저도 늘 감사하게 받아보고 있습니다.

레터를 마치기 전에, 공지사항이 하나 있어요! 플랫 뉴스레터는 2주 간 짧은 휴재에 들어갑니다.

다음주 목요일에는 플랫 에디터의 출장이 예정되어 있어요. (지난 회차 레터에 소개해드린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의 '시골언니 프로그램' 순창편을 취재하러 간답니다.) 출장을 마무리한 후에는 시즌2 개편을 위해 한주 동안 짧은 재정비 기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피드백 잘 수렴해서, 더 알차고 다정한 시즌2로 돌아올게요. 더 나은 레터를 위한 결정이니, 독자 여러분들의 너른 양해를 부탁드려요. 그때까지 플랫레터 잊지 말아주시고요!!!!🙋‍♀️

레터는 짧은 가을 방학에 들어가지만, 플랫의 다른 채널들은 열려있습니다. 혹시라도 플랫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래 '뉴스레터 의견 남기기' 혹은 플랫 인스타그램·트위터로 언제든 찾와주세요. 몸도 마음도 건강이 최고인거 아시죠? 그럼 저희는 25일에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