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이란과 잉글랜드의 경기가 열린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국제경기장에는 "여성, 삶, 자유"가 쓰인 손팻말이 곳곳에 등장했습니다. 
• '여성, 삶, 자유'는 두달 넘게 이어지는 이란 반정부 시위의 대표적인 구호입니다. 이번 시위는 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고 경찰에 끌려갔던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가 발단이 됐습니다. 유엔은 이란 당국의 폭력 진압으로 두달 간 3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 역시 경기 시작 전 이란의 국가 제창을 거부하며, 시위에 연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주장 에산 하지사피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처한 상황은 좋지 않다"며 시위 희생자를 애도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 카타르 월드컵은 92년 역사상 처음으로 중동 지역에서 치러지는 월드컵입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카타르가 여성과 성소수자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비판합니다.
• 카타르에서 여성은 남성 후견인의 동의 없이 결혼이나 유학, 공공기관 취업같은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혼외 성관계'는 최대 7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는 범죄입니다. 디애틀랜틱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를 신고한 여성들은 이 조항으로 인해 감옥에 가거나 태형을 당하기도 했어요.
• 영미권 일부 매체는 카타르를 방문한 자국 여성 축구팬이 처벌 받을 가능성을 우려합니다. 이에 대해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는 "대회 기간 동안 치료차 병원을 내원한 여성들은 결혼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잉글랜드를 비롯한 유럽 7개국 대표팀 주장들은 무지개색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원러브 완장(One love)'을 팔뚝에 차고 경기를 하려 했습니다. 국제축구연맹이 무지개 완장을 찬 선수에게 옐로카드 벌칙을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무산됐지만요.
• 한편 잉글랜드 대표팀은 카타르 앞바다에 1억파운드(1조5000억원)에 달하는 초호화 크루즈를 띄워 화제가 됐습니다. 이 크루즈의 이름은 HMS WAG. HMS는 영국 군함에 붙는 표현(여(왕) 폐하의 배)이고, WAG는 배우자와 연인(Wives and Girlfriend)의 줄임말입니다. 한마디로 영국 축구 대표팀의 배우자와 연인를 위한 숙소인 셈이죠.
• 배우자와 연인을 위한 숙소를 크루즈에 마련한 이유는, 카타르의 치안 때문입니다. 공공장소 복장 규정이나 음주 제한 없이 자유롭게 경기를 즐기라는 취지죠. 하지만 초호화 크루즈가 벗겨진 완장과 함께 '카타르의 낮은 여성 인권에 대한 항의'로 읽힐 수 있을지 는 조금 의문스럽습니다.

이번주 플랫에서는

2. "빗나간 '공화당 압승' 예측, 여성 표 위력 과소평가

비하인드 뉴스

'성차별적 언어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국립국어원은 "언어는 사회적 합의의 산물로, 용어 그 자체보다는 언어 사용자의 태도가 더 중요하기도 하다"고 말하기도 했죠. 경향신문 젠더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든 임아영 경향신문 젠더데스크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했습니다.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언어에 정답은 없다는 거였어요." 임 데스크는 경력단절이라는 표현을 예로 들었어요. 지난해 11월, 서울 성동구는 '경력단절'이라는 표현을 '경력보유'로 바꾸고 경력 인정서를 발급하는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임금노동을 하지 않는다고 모든 경력이 단절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에 따른 것이죠. 하지만 경력단절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맥락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일단 경력단절은 통계청이 사용하는 공식 용어에요. '경력보유'라는 대체어엔 사회구조에 의해 경력이 좌절됐다는 의미도 전달되지 않죠.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놓고 볼때 가정을 돌보는 것이 왜 경력의 단절이냐'라고 묻는다면, 경력단절이라는 표현은 문제가 돼요. 취재원이 스스로를 '경력보유 여성'으로 칭한다면, 그건 제목으로까지 뽑아야 하는 표현이 되고요.“

결국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은 필요조건이 아니라 충분조건에 불과합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성평등한 보도인지 상시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이겠죠. 임 데스크는 '성평등한 의사결정구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젠더보도 가이드라인을 외우다시피하는 부장들도 계세요. 물론 나이와 경험의 한계가 있으니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할 순 있지만, ‘내가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인지하고 계시기에 '그래서 너의 의견은 어떤데'라고 물어봐주시는거죠. 서로 다른 구성원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저도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많아요. 어떤 보도가 성평등적인지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통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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