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기준에 맞춰진 작업복

성차별적인 고정관념, 편견에 따른 작업복 지급 배제는 문제적이다. "몸에 안 맞는 옷은 흉기다."

2023. 6. 22.

🍓슬픔을 '기억'하는 일

🧡 Season3 🧡

VOL 21 . 2023.06.1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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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플랫 PICK

한주간 중요하게 볼 이슈는

'남성' 기준에 맞춰진 작업복

'작업복' 이야기를 할 때 입주자분들은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나요? 저는 항공사 승무원들이 떠오릅니다. 항공사가 여성 승무원들에게 치마만 입도록 하는 것이 '성차별적 고정관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적이 있었잖아요. 국가인권위원회는 2013년 "치마만 입도록 하는 것은 성차별이다"라면서 "바지를 선택해 착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항공사에 권고했습니다.

물론 인권위 권고 이후에도 분위기상 바지를 입지 못한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권위가 "치마만 입도록 한" 복장 규정을 '성차별'이라고 명확히 짚었다는 부분입니다. 젠더 관점에서 '작업복'이 갖는 의미는 중요합니다.

비단 승무원 사례만 해당하는 문제일까요?✨이번 레터에서는 젠더관점에서 들여다본 용접공, 건설노동자들의 작업복 실태를 소개합니다.✨

남성들이 다수인 노동현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작업복은 그 필요성마저 부정당하는 게 현실입니다.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여성 용접사들에게 작업복이란 현장에서 "가장 먼저 넘어야 할 관문"과도 같습니다. 상·하의는 물론 안전모, 용접 장갑, 안전화 등 모든 옷과 장비가 '다수인 '남성'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업무 능률이 높을 수 있을까요? 회의적입니다. 남성용 작업복은 "영 못 입을 정도"입니다. 스스로 옷을 구매하거나 '셀프 수선'을 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작업복과 안전장비, 안전화는 단순한 도구가 아닙니다. 노동자의 안전과 직결됩니다. 현대건설기계의 사내하청 서진이엔지 해고노동자 변주현씨(29)는 2019년 사고를 당할 뻔했습니다. 쇠를 자르는 그라인더 작업을 하다가 기계에 옷 소매 부분이 빨려 들어가 다칠 뻔했던 겁니다. "회사에서 지급한 작업복의 소매 끝이 손 절반을 가릴 정도로 컸기 때문"입니다.

'다수의 남성' 기준으로 작업복을 제공하는 기저에는 '용접일은 여자가 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깔려 있습니다. 충남 서산에서 배관 용접을 하는 김신혜씨(51)는 현장소장들이 "여자가 무슨 용접이냐"며 시험도 못 치르게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남성이 대부분인 작업 현장, 여성 노동자를 아예 써주지도 않는 공장에서는 0.1%를 위한 작업복이 없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성에 기초한 모든 차별과 배제를 '성차별'이라고 합니다. 성차별적인 고정관념, 편견에 따른 작업복 지급 배제는 문제적입니다.✔️ 형틀목수 김명순씨(51)는 "발에 맞지 않는 안전화는 안전에도 위협이 되지만, 여성의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몸에 맞는 작업복’은 여성 노동자가 건설현장에 더 많이 진입하게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사를 읽으면서 해고노동자이자 대한조선공사(현 HJ중공업) 최초 여성 용접사 김진숙 지도위원이 떠올랐습니다. 작업복에 깊게 밴 땀 자국을 '소금꽃'이라고도 표현했잖아요. 그가 일했던 시기 작업복은 더 열악하지 않았을까, 궁금했습니다. 직접 통화를 해봤는데요.

김 지도위원은 지난 21일 플랫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때(1980년대)는 덩치가 커서 다행히 작업복이 크지는 않았는데 안전화는 컸다. 발가락을 다치지 않도록 안전화 앞뒤가 '쇠'로 돼 있었는데 크기까지 커서 움직이는 것 자체가 뻣뻣하고 불편했다"면서 "늘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옥내 크레인에서 내려오다가 사다리에서 미끄러진 적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저렇게 입고 쓰고 끼고 한여름 불 앞에서 일하는데 사다리를 오르내리고 높은 철판을 허들처럼 넘나들면 몸에 안 맞는 옷과 안전화는 흉기가 된다."

김 지도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일갈했습니다. 0.1%의 여성 노동자들이 수십 년 동안 '흉기'에 노출된 채 일했을 환경을 그려보니 참담한 기분입니다.

무엇을 입고 일하고 계신가요? 안전한 일터에서 일하고 계신지요. 작업복과 안전화, 안전장비 지급에서조차 성차별적인 시선과 싸워야 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면 좋겠습니다. 김정화, 김한솔 기자의 기사 전문을 꼼꼼히 읽어보시는걸 추천합니다.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생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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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전유물? 강인한 육체적 능력이 '여성'의 아름다움이다

지난 레터에서 문화가 있는 플랫으로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을 소개해드렸었는데요. 입주자분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보내주신 의견 중 취재에 반영하면 좋을 내용도 있었는데요. 관련해선 기사로 또 레터로 차차 소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려주세요. 😊

이번 레터에선 '사이렌' 관련 좋은 기고글 하나 소개합니다. 이진송 계간 ‘홀로’ 발행인의 글입니다. 읽으면서 좋았던 내용 일부를 공유합니다. 구구절절 공감 포인트가 많은 글이니 꼭 전문을 다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여성을 평생 따라오는 ‘증명’의 압박. 이들 직업이 이토록 여성을 배제하는 이유는 ‘육체적인 능력’이 중요해서가 아니다. ‘여자는 남자보다 육체적인 능력이 부족하다고 믿음’으로써 차별을 정당화하려는 욕망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실제로 여성 종사자가 해당 임무를 어떻게 수행하는지에 별 관심이 없다."

"운동하는 여성들, 자신의 체격과 운동 능력을 만끽하는 여성들의 계보는 <노는 언니>와 <골 때리는 그녀들>, <오늘부터 운동뚱>을 거쳐 <사이렌>까지 왔다. 그렇게 조금씩 누군가의 세상이 넓어지고 깊어진다."

"빼어난 소수가 아니라 자기 영역에서 책임을 다하는 일반인 여성에게서, 그동안 ‘여자에게는 없거나 부족하다’고 속았던 매력을 발견한다. 아, 호랑이가 호랑이답게 활개 치는 장면을 보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다."

'증명'하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마음입니다. 빼어난 소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니까요. 그간 미디어에서 여성의 육체를 얼마나 단순하고 납작하게 다뤘는지 새삼 알게 되기도 해요.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인가요. "호랑이가 호랑이답게 활개 치는 장면"을 오래도록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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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팀 ｜ 유선희 기자 yu@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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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젠더이슈

놓치지 말아야 할 뉴스

📌 타인의 나체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을 때 ‘배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더라도 죄가 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촬영 대상자의 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촬영 경위, 성적 욕망·수치심 유발 정도, 촬영 대상자의 특정 가능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의사에 반해 해당 촬영물의 배포가 이뤄졌는지에 관한 판단 방법을 최초로 담은 사례입니다.

✔"당사자 의사 확인할 수 없어도 타인 나체사진 유포는 유죄"

📌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무고죄의 처벌 형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무고죄 처벌 강화는 윤석열 대통령이 2030 남성 유권자를 겨냥해 내세운 공약이기도 합니다. 법무부가 양형위에 심의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추진했는데, 양형위가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양형위는 현시점에서 무고죄의 양형기준을 변경할 필요성이 적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무고죄 형량 강화가 성폭력범죄 피해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 대통령 공약 '무고죄 처벌 강화', 대법원 양형위 "논의 않기로"

📌 발레리나 강미선(39)이 발레계 최고 영예인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받았습니다. 한국인으로선 강수진, 김주원, 김기민, 박세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수상자 영광을 품에 안았습니다. 강미선은 재작년에 아이를 출산하고 5개월 만에 무대에 복귀했고, 꾸준히 활약해왔습니다.

✔발레리나 강미선, 무용계 최고 영예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

문화가 있는 플랫

이번주에 볼 도서는

👻 정보라 작가의 <한밤의 시간표> 읽어보아요. 2022년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저주토끼> 이후 정 작가가 펴낸 소설집입니다.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놀이동산 같은 작업이었다"(정 작가)는 이번 작품은 '괴담' 일곱 편이 실렸습니다. 귀신 들린 사물들과 동물들 이야기가 연결된 일종의 옴니버스 입니다. 야간경비원으로 일하는 ‘나’가 ‘선배’와 ‘부소장’한테 들은 귀신과 귀신 들린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입니다. 푹푹 찌는 요즘 무더위를 날릴 만한 작품입니다.😀

정 작가의 소개글에 늘 빠지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어둡고 마술적인 이야기들, 불의하고 폭력적인 세상에 맞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사랑한다."

지난 3월 여성신문에 실은 기고글에서는 "나는 싸우는 여성을 사랑한다"고도 했어요. 이번 소설집도 이 궤도에 있습니다.

<한밤의 시간표> 중 ‘고양이는 왜’는 ‘교제폭력, 살인’ ‘스토킹’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가부장제 사회에 속박된 여성들의 수난사도 등장합니다. 그러고 보면 귀신보다 무서운 것이 사람이고, 귀신 이야기보다 섬뜩한 게 현실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익숙해서 슬픈 결론입니다.

“살인 자체는, ‘왜 안 만나줘’가 결부된 모든 사건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혹은 그러하다고 수사 과정과 법정에서 우호적으로 결론 나듯이) 우발적이었다. ‘왜 안 만나줘’를 외치며 남자들은 자신의 소유라고 점찍은 여성의 집에 찾아가 흉기 난동을 벌이고(2021년 4월), 자신이 직접 만든 폭발물을 터뜨리기도 하고(2020년 10월) 혹은 피해 여성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 살해하기도 한다(많다). ‘왜 안 만나줘’를 주장하는 남성의 여성 살해 역사는 유구하다.”

-'고양이는 왜' 본문 中

“집안의 모든 문제는 구정물처럼 아래로 아래로 흘러 떨어져서 그 집안 모든 사람에게 가장 만만한 존재 위에 고이고 쌓였다. 대부분의 경우 마지막에 그 구정물을 감당하는 사람은 취약한 위치에 있는 여성이었다. 딸, 며느리, 엄마, 손녀, 맏딸은 살림 밑천이라느니 아들 가진 엄마는 길에서 손수레 끌다 죽는다느니 하는 말의 의미는 모두 같았다. 가장 만만한 구성원의 피와 골수를 빨아먹어야만 가족이라는 형태가 유지된다.”

-'양의 침묵' 본문 中

플랫 우체통

우리 대화 나눠요

💌 To.Flat

지난회차 레터를 읽은 독자분들의 피드백입니다.

👤 오늘 레터 다른 회차보다 유난히 잘 읽혔고 또 분노하고 공감됐어요.

👤 피해자가 어떻게 싸워왔는지 제대로 그리고 쉽게 알려주셔서 좋았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 분노할 곳은 가해자 반성문만이 아니라 핵심은 이것!

👤 이번 주도 중요한 소식 들을 수 있어 좋았어요. 너무 많은 일들이 매일 벌어지는데, 여성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볼 수 있는 큐레이팅이 소중하다고 느껴요. 또 여성의 노동이 평가절하되어왔다는 걸 다시금 기억할 수 있었어요.

👤 저임금 여성노동자에 관한 부분 좋았습니다. 더불어 제가 속한 직군에서도 여성들의 커뮤니티가 따로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졌어요. 저임금 여성노동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나 개정 등 구체적인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저임금여성노동자들의 실체는 뿌리깊은 악순환이라고 생각합니다.

👤 JP모건 관련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한국에서도 디지털 성 착취와 금융-혹은 IT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게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From.Flat

지난 레터에 정말 많은 분이 피드백을 보내주셨습니다.

덕분에 에너지 듬뿍 얻고 힘을 낼 수 있었던 한 주였습니다. 😌🥰

1.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을

입주자분들도 많이 공감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사법부를 향한 비판 목소리가 크다는 점도 알 수 있었는데요.

안타까운 사실은 해당 사건에서 가해자는 상고했는데,

검찰은 상고하지 않기로 한 부분입니다.

또다시 피해자가 울분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까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겠습니다.😡

2. 저임금 여성노동자 사례에 많은 분이 공감해주셨어요.

'뿌리깊은 악순환'에 관한 취재를 계속 이어나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