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의 구역은 없다

" 포기하지 마세요. 금녀의 구역에 도전하시는 여성분들 다 힘내세요. "

2023. 6. 29.

🍓슬픔을 '기억'하는 일

🧡 Season3 🧡

VOL 21 . 2023.06.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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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플랫 PICK

한주간 중요하게 볼 이슈는

'금녀'의 구역은 없다

"언니! 나 언니 믿고 포기 안할게ㅠ!!" 하고 칭얼대고 싶은 마음입니다.🥹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에 출연한 김현아 소방장 인터뷰를 읽은 제 감상평입니다. 제가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이 군더더기일 정도로 인터뷰 내용 하나하나 놓칠 게 없어요. (이 인터뷰 기사 안 본 입주자분들 없게 해주세요.🙏)

💡"‘무슨 여자가 들것을 들어?’ ‘여자 두 명이 왔어요?’ 이래요. 불신의 눈빛이 온몸에 느껴져요. 근데 거기서 싸울 수는 없잖아요. 구조 대상자가 숨이 넘어가고 있는데, 언제 ‘제가 현장 경험한 거 보셨어요?’ 이렇게 설명을 합니까? 저는 그냥 환자 둘러업고 병원에 가죠. 그럼 그때서야 보호자가 ‘아까 그렇게 말한 거 미안해요’ 하는 거예요. 해냈구나 싶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나는 앞으로 계속 보여줘야 하는구나. 나는 항상 입증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김 소방장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에 '격하게 공감'했습니다. 저는 취재를 하면서 취재원으로부터 '아가씨'라는 말도 들어봤습니다. '나를 기자로 보고 있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뜩이나 '신체적인 능력'을 더 필요로 하는 소방관, 경찰, 군인, 경호원 등 직종에서 '입증'의 무게는 얼마나 무거웠을까요.

입증의 무게가 잔인한 이유는,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 튀어 오르는 '편견' 때문일 겁니다.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 그 이유를 '실력'이 아닌 '성별'에서 찾는다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닌가요. 젠더 갈등은 이 지점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한숨이 나오고 좌절감에 휩싸일 때 김 소방장이 손을 내밀어 주는 것 같아요.

🤝"포기하지 마세요. 체제는 뒤집으라고 있는 거예요. 체격은 키울 수 없어도 체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너무 멋진 일을 하고 계시는 전국의 소방관분들, 그리고 금녀의 구역에 도전하시는 여성분들 다 힘내세요. 변화시키고 개혁하세요. 저도 항상 먼저 뛰어들겠습니다.”

오랫동안 수많은 장애물에 맞서 싸워온 선배가 "내 말 믿어봐 😎"라고 말해주는 것 같지 않나요? 든든한 연대감이 생깁니다. 오경민 기자의 인터뷰 기사 전문을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입주자분들은 어느 직종에서 일하고 계신가요? 자신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경험이 있었는지요. 입주자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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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24시, 간호사들이 있다

간호사들의 열악한 처우가 알려져도 실상은 변함이 없습니다.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계속 담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싸우는 여자들' 네 번째 주인공, 서울의료원 응급실 간호사들을 만나봤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넘나드는 응급실에서 누구보다 바쁘게 일하는 '응급실 간호사들의 24시간 취재기' 입니다.

오전 9시가 채 되기도 전에 고령 응급환자, 교통사고 환자가 연이어 실려 오는 곳. 응급실 풍경입니다. 응급상황은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몰아닥쳤습니다. 이곳에서 응급실 간호사들은 '일당백'✔️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인력이 부족해서입니다. 간호 처치에만 집중할 수 없는 건데요. 환자 기저귀를 갈거나 대소변을 치우는 일 등을 합니다. 환자가 몰릴 경우 병상 이송기사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근무시간 동안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도 다 마시지 못하는 것이 응급실 간호사들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앉을 틈 없이 뛰어다니느라 다리가 남아나질 않는데요. 그래서 간호사들은 '압박스타킹'을 꼭 착용하고 일한다고 해요. 마치 전쟁터에 나가기 전 착용하는 '갑옷'과도 같달까요.

최근 들어 간호사들의 업무는 더 많아졌습니다. "코로나19 종식 선언 이후 주취자들이 늘었고, 자살시도자들도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사고나 재난, 감염에 따른 환자 담당만큼이나 정신건강 관련 응급상황에 대한 대응이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제가 취재를 진행한 24시간 동안 자살시도자만 3명이 응급실로 실려 왔습니다.

"응급환자들이 친근하게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햇빛꽃 모양의 브로치'를 달고 일하는 등 간호사들의 노력이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그러한 노력에도 상시 노출된 '폭력과 폭언' 탓에 자주 마음이 다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연차가 쌓이면 좀 나을까요? "무뎌지지 않는다"는 게 간호사들의 답변입니다. 간호사들이 쌓아온 '사명감'이나 '경험, 노하우'로 버티기엔 역부족입니다. 일당백 역할을 하면서 각종 폭언·폭력에 노출된 간호사들에게 뒤따르는 노고 인정액이 5만원 수준이고, 중견급 간호사들이 200만원대 임금을 받는 낮은 처우는 개선해야 합니다.

간호사 업무를 통해 들여다본 '응급실 24시간 취재기'는 기사와 함께 영상으로도 담았습니다. 생동감 있는 현장은 영상을 통해 확인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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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팀 ｜ 유선희 기자 yu@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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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젠더이슈

놓치지 말아야 할 뉴스

📌 세계경제포럼(WEF)이 내놓은 2023년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젠더 격차 지수는 0.680을 기록, 전체 146개 국가 중 105위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99위보다 6계단 하락한 수준입니다. 한국보다 성평등 수준이 낮은 곳은 중국, 일본,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입니다. WEF는 "피지와 미얀마, 한국 등은 정치 권력 분배 부문에서 가장 퇴보한 국가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세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 한국의 성평등 수준

📌 스토킹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스토킹 범죄 처벌법 개정안은 지난해 ‘신당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법안에는 법원이 재판 중이라도 필요하면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도록 한 내용도 담겼습니다. 온라인 스토킹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마련됐습니다.
✔스토킹 가해자 이제 피해자에게 합의 종용 못 한다, 법안 국회 통과

📌 미국 연방대법원의 임신중단권 폐기 1년을 지나면서 여성들의 임신중단 접근권이 크게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양당 대선 주자들도 극명하게 다른 입장을 내놨는데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가 로 대 웨이드에 명시된 (임신중단권) 보호를 연방법으로 온전히 복원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공화당이 연방 차원의 임신중단 금지, 임신중절약 시중 퇴출을 추진하는 것을 가리켜 "극단적이고 위험하며 대다수 미국민의 뜻과 배치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임신중단권 폐기 1년, 바이든 "건강 접근권 보호할 것"

문화가 있는 플랫

이번주에 소개할 화가는

🎨 너무나 유명한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꺼내 봅니다.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등 잘 알려진 작품도 익숙하실 텐데요. '여성'을 그린 고흐의 작품에 대해선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이번 레터에서 소개해보려고 해요. :)

'반 고흐, 꿈을 그리다'의 저자 라영환 총신대 교수는, 영국의 미술 비평가 그리젤다 폴록 평론을 통해 고흐 그림관을 설명합니다. 고흐가 그린 여성들의 모습은 동시대 화가들이 묘사한 여성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여성들을 소재로 삼은 화가들은 대부분 여성의 아름다움, 특히 '성적 매력'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반면 고흐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자신만의 화풍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엔'을 모델로 한 그림들이 그렇습니다.

'시엔'은 고흐가 마음에 품은 여인입니다. 자세히 알려진 바는 없는데요.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를 보면, 측은지심에 가까운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었어요. 고흐가 시엔을 처음 봤을 땐 이미 임신한 상태였고, 다섯 살 된 딸도 있었다고 해요. 가엾은 여인이 무너지지 않도록 마음으로 품은 게 아닐까 추정해봅니다.

'난로 옆 마룻바닥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시엔' 작품을 좋아합니다. 초점 없는 눈으로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표정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펜화로만 묘사하고 있어 몰입도를 더해주기도 하고요. 거칠게 터치된 부분들이 있는데 시엔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마치 환상 속에서만 존재할 것만 같은 여신의 모습으로 그려내는 다른 화가들의 작품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이외에도 '슬픔' '위대한 여인' 등은 여성의 아름다움보단 오히려 우울한 감정을 더 내보이고 있는 작품입니다.

참고로 고흐의 막내 여동생 빌레민은 페미니스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네덜란드 페미니즘 1세대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하는데요. 고흐는 세 여동생 중 빌레민과 사이가 각별했던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고흐는 빌레민과 주고받은 편지에서 "책을 쓰거나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거나 생명력이 있는 그림을 그리든가 하려면, 자신만의 인생을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고흐는 테오와의 편지에서 '제인 에어'를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고도 했다는데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의 삶을 응원했는지도 모릅니다. 🎈

플랫 우체통

우리 대화 나눠요

💌 To.Flat

지난회차 레터를 읽은 독자분들의 피드백입니다.

👤 저는 일반 사무직이라 여성 노동자들의 '작업복'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번 레터를 보고 현장에서 일하시는 여성 노동자분들이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작업복/작업화조차도 적절하게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가지 논의가 이루어지고 변화가 생겼지만, 역시 앞으로 가야할 길이 구만리인 것 같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이슈를 전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저는 꽤 오랜 시간을 여성 활동가로 지냈습니다. 제 모든 시간과 돈, 그 외에도 환산할 수 없는 정말 많은 것들을 활동에 쏟아내었어요. (플랫 팀과도 어디에선가 만난 적이 있을지도 몰라요. 😁) 활동이 종료된 후 한동안 여성 의제와 거리를 두고 살았습니다. 어쩌면 지쳤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 남은 힘이 없었거든요. 플랫 레터를 구독하며 다시금 여성 의제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낼 힘을 얻게 되었어요. 백래시가 만연한 시대에 여성의 목소리를 전하는 플랫 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지치면 잠시 쉬어가도 좋으니 건강 챙기시고 오래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레터 읽기가 재밌습니다. 감사합니다!

💌 From.Flat

1. 여성노동자들의 '작업복' 이슈를 전달할 수 있게 돼 감사합니다.

저도 취재를 해보면 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신들의 열악한 처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이후에

가장 먼저 바뀌는 게 '작업복'이라는 겁니다.

아마 작업복은 '인권' 측면에서도

가장 직관적으로 열악함을 보여주기 때문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젠더 관점'이 더해진 작업복 지급을 위한 목소리에도

힘을 보탤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구만리"이지만, 같이 가요.

2.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면, '우리'는 어디서든 만나게 될 거예요.

플랫은 늘 그 자리에 있을게요. 지치면 언제든 쉬다가 오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