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 스웨덴은 이렇게 한다는데 Season 4 🌊🏄♀️ Vol 19. 2024.08.16. ~ 2024.08.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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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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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결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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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복의 기반엔 네 죽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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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해 🫧
입주자 여러분, 무더운 여름이에요. 오늘은 어쩌면 이 푹푹 찌는 날씨보다 더 열받는 😤🔥 이야기로 시작하려 합니다.
지난달 레터에서 다뤘던 '36주 임신중지 유튜브 영상'에 대해 지난 12일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어요. 서울경찰청은 영상을 올린 유튜버가 20대 여성으로 확인됐으며, 이 여성과 그에게 임신중지 수술을 한 병원장의 신원을 확인해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 태아가 만약 살아서 태어났다면 의사에게 살인죄가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일각에서 주장한 것과 달리 영상에 조작된 부분은 없었다고 해요.
또 한번 참담한 기분이었습니다. 열달 가까이 흐를 동안 몸 상태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던 이 여성에 대한 안타까움과 답답함부터 필요한 순간 적절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없었던 현실을 향한 우울함까지, 여러 감정으로 복잡했어요. 🙁 태아가 정말 태어났다면, 그래서 태어나자마자 생명을 잃었다면 이건 너무나 비극적인 일입니다.
마음 깊이 가장 강하게 끓어오르는 감정은 분노인 것 같습니다. 💥🌩️ 그 와중에도 유튜브를 찍어 올리는 여성에 대해선 아닙니다. 이 사태에서 다시 명백하게 드러난, 낙태죄 폐지 이후 공백에 대한 분노입니다. 무려 5년 넘게 관련 법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그래서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진정 필요한 의료 시스템이 없는 데 대한 분노입니다. 국민의 건강권을 책임져야 할 보건복지부가 "입법은 국회의 일"이라며 손 놓고 있는 데 화가 나고요, 정쟁만 벌이며 제대로 된 논의는 없는 입법부에 화가 납니다. 😡
한국에서 임신중지 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언제쯤 진득하게 이뤄질 수 있을까요. 여성의 건강권과 의료 지원을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논의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플랫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 6일, 새로운 입주자 프로젝트 '낙태죄 폐지, 다음을 상상하다'를 시작했습니다. 🎊🙌 '엄마 성 빛내기', '진도믹스견과 산책하는 여자들'에 이은 세번째 프로젝트예요.
이 프로젝트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의 연구위원인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의 스웨덴 탐방기입니다. 윤 전문의는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간 스웨덴에 연수를 다녀왔어요. 스웨덴은 80년 전부터 포괄적 성교육을 도입했고 재생산 건강을 인권 영역에서 다루는 국가입니다. 임신중지가 필수 의료인 스웨덴의 각종 제도, 클리닉 운영 사례 등이 5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첫번째 탐방기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임신중지가 여전히 보건의료 시스템 안에 들어오지 않는 한국의 현실과 확연히 비교됩니다. 🧐
플랫은 윤 전문의와 나영 셰어 대표를 직접 만나 연재 취지에 대해 들었는데요. 윤 전문의가 스웨덴에서 발견한 '희망'이 저의 흥미를 끌었습니다. 🏥👩⚕️ 연수 기간 한 청소년이 혼자 진료를 보러 왔다고 합니다. 부모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한국 상황과는 엄청난 차이죠. 놀란 윤 전문의를 보고 연배가 높은 한 의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80년 전, 제도 초창기엔 부모가 찾아와서 자녀의 진료 정보를 달라고 하거나 의료인에게 항의하는 일도 있었어요. 하지만 청소년의 비밀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원칙을 수십년간 고수하다 보니 이제는 청소년 클리닉을, 임신중지 서비스를 받아온 청소년들이 부모 세대가 된 겁니다. 이게 당연한 것이죠."
누구든 원할 때 안전하게 임신중지할 권리, 내 건강을 내 선택에 따라 지킬 권리.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르면 언젠가 한국에서도 이게 가능하다는 희망을, 아직은 가져도 될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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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 2024 파리 올림픽의 막이 내렸습니다. 대한민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최종 종합순위 8위를 기록했죠. 특히 젊은 선수들의 결실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 펜싱 구본길, 양궁 김우진을 제외하면 이번 금메달리스트는 모두 10대, 20대입니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선 또 얼마나 굉장한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되죠.
🌟 양궁, 사격부터 시작한 여성 선수들의 맹활약은 막바지까지 그칠 줄 몰랐습니다. 역도 여자 81㎏ 이상급에서 한국 신기록 299㎏을 들어올리며 은메달을 거머쥔 박혜정, 펜싱, 수영, 승마, 레이저런(육상+사격) 등을 겨루는 근대5종 여자 결승에서 아시아 최초로 메달리스트가 된 성승민 등이 그 주인공이에요. 😘👍 얼마나 혹독하게 연습하고 스스로 담금질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인기 종목이든 아니든, 누가 보든 안 보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여성들의 모습은 깊은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
🌟 물론 여성 선수에 대한 성차별적 시선은 여전히 갈 길 먼 현실을 보여줍니다. 양궁 여자 개인전 등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임시현에게 🎤 방송사 취재진이 '턱에 활 시위 때문에 생긴 자국을 시술할 생각 없느냐'고 질문한 것이 대표적이죠. 🤮 남성 레슬링 선수들의 동그랗게 접힌 '만두 귀' 같은 건 영광의 상처처럼 여겨지는데, 여성 선수들에겐 여전히 '예쁜 외모'를 요구한다는 게 참 이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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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넥슨 게임 홍보영상에 포함된 집게손가락이 '남성혐오'의 상징이라며 영상을 만든 하청업체 직원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하고 괴롭힌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 결정했습니다. 👮⚠️ 당시 이들은 해당 일러스트를 그리지도 않은 엉뚱한 직원에 대해 무차별 공격하고 모욕했는데요, 이런 혐오 발언에 대해 '범죄의 혐의가 없다'고 보고 사건을 종결한 거죠.
👉 특히 경찰은 '피해자가 이전에도 페미니스트를 동조하는 듯한 내용의 글을 올렸으므로 이용자들이 피해자를 비판한 건 논리적으로 인정된다'는 취지로 이유를 설명했어요. 이는 게임업계 페미니즘 혐오 논리를 답습했다는 점에서 문제적입니다. 🙄 사건을 수사한 서울 서초경찰서는 혐오 표현에 대해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습니다. "한강에 들어가서 죽으라"는 메시지가 '다소 무례한 표현'에 불과하다고요? 💣💥
👉 이 결정이 알려진 뒤 시민사회 단체 등의 반발과 엄정한 수사 요구가 이어졌고, 결국 경찰은 담당 수사팀을 변경해 재수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존 수사팀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찰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진정성 있게 수사하려 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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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은 영화 '존오브 인터레스트', 기억하세요? 6월에 국내에도 개봉했는데요. '이 영화는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는 평가 때문에, 극장에서 내리기 직전에 부랴부랴 갔다왔습니다. 📽️🎞️🎫 그 감상은요? 한달 가까이 지나서야 후기(?)를 쓸 정도로,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한 영화였어요. 😿
💬 잘 알려져 있듯 이 영화는 홀로코스트를 다룬 작품입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죠. 🔊 유대인의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않으며 학살의 비극을 '들려준다'는 점입니다. 엄격하지만 다정한 아버지 루돌프 회스와 그의 가족을 보여주며 영화는 시작합니다. 햇살이 내리쬐는 강가에서 나들이하고, 장미가 탐스럽게 피어난 정원을 가꾸고, 마당의 수영장에서 물놀이하는 가족의 모습은 어느 누구보다 평화롭고 단란합니다.
💬 그런데 이 영화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1940년대 초 폴란드 아우슈비츠. 하루 최고 6000명의 유대인이 가스로 대량 학살된 악명 높은 수용소입니다. 수용소를 관리하는 나치 독일 장교인 회스의 가족은 이 수용소를 담장 하나만 사이에 두고 살고 있죠. 담장 너머 끔찍한 폭력의 징후는 뚜렷합니다. 유대인을 실은 기차가 끊임없이 달려오고, 시체를 소각하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총소리와 비명이 배경음악처럼 들려오죠.
💬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어가는 바로 옆에서 회스 가족의 삶은 평온하게 굴러갑니다. 부부 사이에 별 의미 없는 대화가 이어지고, 아이들은 빠르게 크고, 가끔 싸우기도 하면서 시간이 흘러가요. 그러다 문득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제가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영화를 보던 관객 역시 소리로 들리는 참상보단 눈에 보이는 안락한 생활에 더 동화된 거죠.
💬 전 영화를 보고 인터넷에서 해석을 찾아 읽는 편이에요. 놓친 부분이 없는지, 아까 헷갈렸던 장면은 무슨 의미였는지요.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이런 후기(❗스포일러 주의❗)를 발견했는데요, 그중에 사운드에 관한 설명 글이 정말 좋았습니다. 제작진은 1년에 걸쳐 세계 곳곳에서 '고통의 소리'를 수집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우슈비츠 박물관의 비공개 자료까지 허가받아 당시 사용했던 총, 오토바이, 전기 울타리의 소리는 물론이고 당시 그 계절에 살았던 새와 벌 등의 소리까지 다 찾아서 고증했다고요. 😶
💬 제목 '존 오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는 이익 지대라는 뜻이에요. 전쟁 당시 나치 독일이 실제 아우슈비츠 인근 지역을 가리키던 말이죠. 누군가로부터 강탈한 땅에서, 누군가의 피와 뼈와 살을 갈아 기반을 만들고, 그 위에 낙원을 일궜으니 어쩌면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겠습니다.
💬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 당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영화는 비인간화가 최악의 경우 어디까지 가는지 보여준다. 그것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의 희생자도, 지금 가자에서 계속되고 있는 공격도 모두 비인간화의 희생자들이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너무나 익숙해 더이상 와닿지도 않는, 과거의 전쟁 범죄와 학살의 피해도 현재 진행형인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는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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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 Flat 🚣♀️
👤 항상 잘 읽고 있어요! 몰랐던 걸 알게 돼서 재밌어용 😛
👤 파일럿 영화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되어 좋았어요, 영화 홍보단에서 여성 차별에 관한 이야기라는 내용은 전혀 언급을 안하다보니 그런 내용인지 전혀 몰랐거든요! 영화 보러 가야겠습니다.
👤 해당 영화 홍보시에 조정석 배우의 인터뷰 중 아쉬운 내용이 있었어요, '여성' 을 '연기' 하기 위해 목소리는 최대한 하이톤으로 내는 게 제일 자연스럽다고 생각했고 몸짓이나 제스처는 '여성복' 을 입자 자연스럽게 나왔다고요 ........ 같은 여장남자 역을 맡았음에도 비교되는 장동윤 배우의 인터뷰를 참고하셔서 내용을 다뤄주셨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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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Flat 🍅
지난 레터의 문화가 있는 플랫 코너에서 영화 '파일럿'을 소개했죠.
주연을 맡은 조정석 배우의 여장 연기에 대해 아쉽다고 해주셨어요.
이 피드백을 보고 장동윤 배우의 인터뷰를 찾아봤는데요. 🎙️
2019년 드라마 '녹두전'에서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여장남자의 과장된 행동과 몸짓, 목소리를 가장 피하고 싶었다. 전형적인 하이톤 목소리로 희화화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고 언급했더라고요.
미처 이런 부분까지는 몰랐는데, 좋은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플랫팀은 열심히 다음 기사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게 과연 무엇인지는.. (🥁두구두구) 🔜🔜🔜여기에서 살짝 공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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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모이는 곳. 플랫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질 때까지 여성들의 목소리를 주변이 아닌 중심에 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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