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한명도 잃을 수 없다 🥁

교제 폭력, 죽음과 그 이후를 기록합니다

2024. 8. 22.

🍓슬픔을 '기억'하는 일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Season 4 🌊🏄‍♀️ Vol 20. 2024.08.23. ~ 2024.08.29.

더 이상 한명도 잃을 수 없다 🥁
'안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 이건 성교육이 아닌데
붉은 댕기, '결코 지지 않겠다'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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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한명도 잃을 수 없다 🥁

지난 4월 경남 거제에서 벌어진 교제 폭력 사건, 기억하시나요? 20대 남성이 전 여자친구의 집에 침입해 폭행하고, 결국 숨지게 한 사건입니다. 그로부터 한달 뒤인 5월엔 서울 강남역 근처 건물에서 한 남성이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죠. (레터에서도 썼어요!)

플랫팀은 이 무렵부터 고민했습니다. 교제 폭력,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 스토킹 살인, 이별 살인 등등 이름만 조금씩 다른 비슷한 범죄가 횡행하는 이 상황에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요. 🗣️ 여성들이 제발 그만 죽으면 좋겠다, 연인 사이에서 휘두르는 폭력과 살인이 더 이상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되지 않으면 좋겠다. 플랫의 새 기획 '더 이상 한명도 잃을 수 없다'는 이런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

첫 기사는 2020년 6월 충남 당진에서 벌어진 자매 살인 사건의 유족 나종기씨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33세 남성 A씨가 연인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범행이 들킬 것이 두려워 같은 아파트 다른 층에 살던 언니의 집에 몰래 숨어 있다가 살해했습니다. 두 딸을 한꺼번에 잃은 아버지의 삶은 그날 이후 산산이 부서진 상태죠. 그를 가장 괴롭히는 건 “바뀐 게 없다”는 사실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보면 연애고 결혼이고 다 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우리 애들이 죽기 전에도, 후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나요. 이때까지 국가가 가해자들에게 어떤 경고 메시지도 주지 않은 결과예요. 그러니까 때려도 되고, 죽여도 괜찮다는 사람들이 계속 나오잖아요."

이 기획은 '피해자와 가족들이 이렇게 끔찍한 일을 겪었다, 이렇게 힘들게 산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 친밀한 사이에서 오는 폭력은 왜 우리에게 일상의 일부가 되었는지, 주변에서도 제대로 알기 어려운 이 범죄의 특성은 뭔지, 반복되는 폭력을 수사기관은 왜 막지 못했는지, 이들을 보호할 법은 어째서 없는지, 사법부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피해자에게 어떤 고통을 안겼는지 차례로 살펴볼 예정이에요. 🕵️‍♀️

기사에서 피해자와 생존자, 가족들과 조력자는 모두 실명이고, 반대로 가해자는 모두 익명의 A씨입니다. 교제 폭력은 어떤 유별난 개인의 일탈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 '젠더의 위계에 따른 범죄'라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플랫은 앞으로 기획 기사를 쓰면서, 미처 다루지 못한 다른 사건들도 끝까지 챙겨볼 예정이에요. 더 상세한 취재 후기는 🔜🔜🔜여기💥에서 확인해주세요. X에서 레터와 기사보다 더 빨리 소식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 뭘 취재해줬으면 좋겠다는 제안, 사건사고 제보,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 그 외에 단순 감상까지 모두모두 환영입니다. 📢 여성 살해가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는 그날까지 플랫이 열심히 쓸게요. 👊👊👊

사진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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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권도현 기자

🗞️ '안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 이건 성교육이 아닌데

🌈 몇달 전 레터에서 최근 학부모들이 사설 성교육 업체의 소규모 강의를 찾아듣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어요. 공교육에서 '성'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는 문제는 오랫동안 지적됐습니다. 송윤경 기자가 학교 현장부터 교육부, 성교육 연구자 등을 취재해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봤어요. 🔍

🌈 우선 교육부의 교육과정 자체가 성차별적 인식을 반영하고 있고, 성폭력 예방교육도 '안 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 등 피상적이고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 이 배경에는 2010년대 말부터 본격화된 백래시도 있습니다. 경기도 도서관 성평등 도서 폐기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죠.

🌈 하지만 유네스코는 금욕적인 성교육이 청소년의 성과 재생산 건강, 권리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합니다. 📜🖋️ 이 대신 인생에서 겪는 성의 모든 문제를 아우르는 '포괄적 성교육'을 하라고 권고하죠. 한 초등학교 교사가 진행하는 성교육이 한 예시가 될 법 합니다. 이 교사는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생리, 질, 음경, 사정 등 낱말 카드에 쓰인 성적 개념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성교육을 진행합니다. "성교육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이고, 아이들은 자신의 성 건강을 위해 성 지식을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고요. 내 몸과 건강, 타인의 몸을 대하는 태도, 성평등한 인식을 심어주는 제대로 된 교육이 더 많이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사진 윤정원 제공

🗞️ "임신중지를 잘 해야, 정말 임신하고 싶을 때 잘 해요"

🦋 지난 레터에서 플랫의 세번째 입주자 프로젝트 '낙태죄 폐지, 다음을 상상하다'를 소개해드렸죠. 🏥💓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의 스웨덴 탐방기 어떠셨어요? 두번째는 스톡홀름 지역 후딩예 병원 임신중지 클리닉 이야기입니다. 이 병원은 임신중지와 피임, 자연유산과 반복유산 등을 모두 통합적으로 진료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 위 사진은 이 병원에 붙은 쪽지인데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라는 말이 쓰여 있어요. 윤 전문의는 이곳에서 만난 조산사 린과 대화하며 "한국에선 의사들이 임신, 출산과 자연유산은 다뤄도 임신중지는 금기시한다"고 토로해요. 🙄 그러자 린은 이렇게 말합니다. "임신한 사람들이 유산도 하는 거고, 유산한 사람들이 언젠가 임신도 하잖아요. 임신중지를 잘 받아야 그 다음에 임신을 하고 싶을 때 잘 할 수 있다고 한국 정부에 이야기해봐요." 임신과 출산, 육아, 그리고 임신중지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게 너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잘 드러납니다.

🦋 스웨덴 국립보건복지위원회 임신중지법 특별조사위원회 잉가-메이 안데르손 인터뷰도 인상깊습니다. 한국의 임신중지 논의가 결국 출산율 문제와 관련 있다는 말에 안데르손은 이렇게 말합니다. "임신중지의 목표는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 임신중지를 줄이는 것이에요. 임신중지를 못 하게 해서 출산을 늘린다? 상상도 해보지 못했어요." 실제 스웨덴 임신중지 통계를 보면 청소년의 임신중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각 지역 유스클리닉 등에서 자궁내장치 등 피임법을 처방하면서 생긴 변화죠. 📉 임신중지만 뚝 떼놓고 볼 게 아니라, 여성의 성과 재생산 건강의 연속성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

붉은 댕기, '결코 지지 않겠다'는 용기

💬 지난주는 제79주년 8·15 광복절이었죠. 처음으로 정부 공식 광복절 기념식과 광복회 등 독립유공단체의 기념식이 둘로 갈라져 열리면서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럴 때 우리를 위로할 수 있는 건 문화와 예술인 것 같아요.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조선인 여공의 노래'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지난 7일 개봉한 이 영화는 1910년대부터 조선을 떠나 일본 오사카 방적공장에서 일한 10대, 20대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재일동포 사학자 김찬정이 1983년 동명의 기록을 남겼는데요. 😲 영화는 생존 할머니 인터뷰, 재일 4세 배우들의 재연 연기로 100년 전 일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당시 일본은 방적 산업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조선에서 젊은 여성 인력을 대거 데려갔습니다. 이들은 일본 기숙사에 살면서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일했고, 조선의 가족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도 제한됐습니다.

💬 그런데 영화는 이들을 불쌍한 피해자로만 그리지 않습니다. 식민지와 자본주의 근대라는 수탈 구조에서 여성들이 버텨낸 힘은 노래, 그리고 연대였습니다. 🎼🎶 이들은 힘겨운 상황에서도 "자 우리 여공들이여, 오늘 일과를 말해보자"로 시작하는 '조선인 여공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글을 몰라 서러운 일을 겪을까봐 야학을 열어 한글을 공부했고요.

💬 이들이 1930년대 초 일본인과의 임금 차별 해소, 휴식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며 벌인 파업도 눈에 띕니다. 일본 경찰 등에게 진압돼 온몸에 상처를 안고 공장에 복귀하는 여성들의 머리에 붉은 댕기가 매여 있어요. 🎀 이 장면은 "결코 지지 않으려 했다"는 생존자의 증언과 함께 큰 울림을 줍니다. 👏

💬이원식 감독은 2017년 오사카에서 조선인 여성 노동자들의 탈출을 막기 위한 철조망 지지대로 쓰였던 구조물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이번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해요. 🤓 그는 "이 영화는 일제강점기 이민 1세대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에 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지금의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지금도 전 세계에는 침략과 전쟁, 그로 인한 분쟁과 가난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라고요.

사진 시네마 달 제공

📝 To. Flat 🎐

👤 플랫 입주자 프로젝트 항상 주제가 진짜 짱이에요!!! ㅋㅋ 불편했지만 미처 스스로 어떻게 해 볼 생각이 없었던 것들인데, 앞장서서 다뤄주시니 감사할 뿐이어요~~ 정말 응원합니다💕

👤 존오브인터레스트 최근에 본 영화 중 제일 좋았던.. 레터에서 또 다뤄줘서 좋았어요! 소리를어떻게 녹음했는지 이런 게 너무 신기하고 울컥해서 다시 보고싶어요

👤 아침부터 플랫 기획 보고 ㅠㅠㅠ 진짜 울고 있어요... 이렇게 맞아죽어야 한다는 게 너무 슬프다 ㅠㅠㅠ 글도 넘 좋지만... 역시 좋은 디자인과 시너지가 확실히 있는 거 같아요 뭔가 확 와닿는 디자인 좀 힙한 디자인이 있으니까 더 글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지는 욕구가 생기게 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