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ason2 🧡
VOL 14 . 2022.11.2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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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Briefing : 오늘 레터에서는 가스라이팅의 의미적 확장, 신촌 세모녀 사망 사건과 여성의 빈곤화에 대해 다뤄봤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올해의 여성'도 플랫팀에게 공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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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올해의 단어, 가스라이팅?
12월입니다. 긴긴 가을🍂이 지나고, 드디어 겨울❄️이 왔네요. 기온이 갑자기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오랜만에 롱패딩을 꺼내입었어요. 예전에는 추운게 마냥 싫었는데, 요즘은 차갑지만 쨍한 공기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는 중입니다.
플랫은 본격적인 연말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입주자 여러분과 한해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획을 고민하고 있어요! 연말 기획과 관련해서 입주자님께 도움을 청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레터 하단 '플랫 우체통' 코너에 적어두었으니, 마지막까지 읽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각설하고, 오늘의 에디터스 노트 바로 시작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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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엄웹스터가 밝힌 선정의 변?
미국의 사전출판사 메리엄웹스터는 매년 영어 단어 검색 건수와 관련한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매년 '올해의 단어'를 선정해 발표합니다. 2020년 올해의 단어는 '백신', 2021년은 '코로나'였는데요. 2022년 올해의 단어로는 '가스라이팅'이 선정됐대요.
기사를 보자마자 처음 든 생각은 '갑자기?'였는데요. 그렇게 느낀 것이 저뿐만은 아니었나봐요. 외신 기사 댓글창에도 '이게 왜 올해의 단어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더라고요. "올해 가장 과잉사용된(overused) 단어" "메리엄웹스터가 우리를 가스라이팅하려고 한다"는 댓글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는 1938년 <가스등>이라는 제목의 연극에서 유래했어요. 남편은 아내 집안에서 가보로 내려오던 보석을 훔치기 위해, 매일 밤 가스등을 켜고 다락방을 뒤집니다. '아무도 불을 켠 적이 없는데 왜 점점 가스등이 어두워질까?' 의심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당신이 잘못 본 것' '내 눈엔 전혀 어둡지 않다'라는 반응을 보이죠. 이런 상황이 오래 반복되자 아내는 현실감과 자존감을 잃게 되고, 끝내 미쳐버립니다.
피해자가 스스로의 인지 능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심리적 조작.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는 친밀한 관계에 있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지배·통제하는 패턴을 정확히 포착해내며, 가정폭력 담론에 거대한 진전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메리엄웹스터 측에 따르면, 최근 가스라이팅의 의미는 '교묘한 심리적 조작'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하는 행위 전반'을 나타내는 것으로 넓어졌다고 해요. 사이트 내 가스라이팅 검색량도 전년 대비 1740%가 증가했고요.
메리엄웹스터 피터 소콜로스키 에디터는 "(최근의 가스라이팅은) 가짜뉴스, 딥페이크, 인공지능 같은 현대적인 형태의 속임수나 조작을 뜻하는 단어와 함께 사용된다”며 "단어가 원래 의미를 조금씩 잃고 있지만, 그것이 원래 언어가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밝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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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사용되는 정신의학용어
"모든 것이 '트라우마'라면, 그게 대체 무엇인가?" 제시카 베넷 전 뉴욕타임스 젠더부문 에디터가 지난 2일 쓴 칼럼 제목입니다. 그는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정신 건강과 관련한 언어가 '과잉 사용'되는 흐름에 주목해요. 나의 인식이 도전받는 모든 상황은 "가스라이팅"으로, 이 과정에서 경험한 심리적 고통은 "트라우마"로, 고통을 야기한 주체는 "학대자"로 부르는 식이죠.
베넷은 단어의 저변이 넓어지고 주류화되는 것의 장점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이전까지는 무시되거나 묵인되어 왔던 행위를 '나쁜 행동'으로 호명할 수 있게 되고, 사회도 이러한 행위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죠. 사회학자 페이지 스위트는 "트라우마는 고대 그리스어로 신체적 상해만을 뜻했지만 현대에는 감정적 맥락을 포괄하는 단어로까지 확장됐다"며 "이는 1990년~2000년대 가정폭력의 개념을 정립하고, 쉼터들이 정부 지원을 받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단어에 새로운 의미가 생긴다는 것은, 정확성을 잃게 될 위험성도 크다는 뜻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임기에는 '가스라이터'라는 단어가 '거짓말쟁이'를 대체했습니다. 후자는 충분히 강력해보이지 않았거든요. "그가 내 마음을 다치게 했다"고 말하면 아무도 관심갖지 않지만 "그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주목합니다.
수많은 자극이 쉴새없이 쏟아지는 소셜미디어에서 '피해자로서 말하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이른바 '웰니스 코치'나 '자존감 인플루언서'들은 이를 자극해 돈을 벌고요. 베넷은 이런 식의 말하기가 우리의 심리적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멜버른대 심리학과 닉 하슬람 교수는 "우리가 평범한 역경을 '트라우마'로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그것들을 극복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그것들로 인해 우리 자신이 (실제보다) 더 피해를 입는 것으로 볼 위험이 있다"고 말합니다.
💬약자의 언어가 '밈'이 될때
한국에서도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는 흔하게 사용됩니다. 그냥 흔하게 사용되는 것을 넘어, 하나의 '밈'처럼 쓰이기도 해요. 외모가 수려하지 않은 배우가 '치명적 매력의 옴므파탈'역을 맡아 호연을 하면 "가스라이팅 당한 것 같다. 잘생겨보인다"고 농담을 하는 식이죠.
소콜로스키 에디터의 말처럼, 언어의 본질은 흐르는 것입니다. 원래 쓰이던 의미가 확장되거나 변형되는 경우도 흔하죠. 하지만 그 언어가 차별에 저항하기 위한 소수자의 것이었다면 어떨까요? 언어가 생겨나게 된 맥락을 무시한 채, 의미의 껍데기만 따서 가볍게 소비해버린다면, 누구보다 그 언어가 필요했던 이들의 목소리는 지워질 수 있습니다.
커밍아웃은 '벽장 속에서 나오다(Coming out of Closet)'라는 표현에서 유래한 단어로, '동성애자가 공개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체성을 숨기고 사는 것이 벽장 속에 갇혀사는 것만큼이나 답답하다는 호소가 담긴 표현이죠. 하지만 이 말은 한때 '학력 위조'를 자백하는 것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을 지칭하는 표현으로도 쓰였습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재임 중 자신이 추진한 검찰개혁에 대한 검사들의 지지선언을 '커밍아웃'이라 표현해 성소수자 단체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죠. 미투(빚투), PTSD 등도 역시 비슷한 경로를 거쳤고요.
누군가에겐 삶과 존재가 담긴 단어를, 다른 누군가는 사회생활 할때 알아두면 좋은 신조어 혹은 재치있는 비유 정도로 사용합니다. 권력 집단의 이해 관계를 유지하거나, 역으로 피해자를 공격하기 위해 쓰기도 하죠. 어느 쪽이든, 그 언어를 쌓아올린 이들의 고통에 공감했다면 할수 없는 선택입니다. '삼풍백화점' '세월호' '이태원참사'를 감히 농담의 소재로 떠올리지 않는 것처럼요.
어떤 젠더 폭력 피해자에게 가스라이팅은 길고 긴 피해의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이자, 그 시간에서 벗어나게 해준 구원의 단어였을 것입니다. 그 의미가 결코 가볍게 다뤄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 레터 마칩니다.
💬플랫pick! 함께 읽어보면 좋을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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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네' 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직업이 직업인지라, 여성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엔 늘 마음이 흔들립니다. 7~9일 방송된 EBS <다큐프라임> '여성 백년사-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리다'는 잘 알려져 있지 않던 100년 전 신여성들의 삶을 비춥니다. 연출을 맡은 이혜진 PD는 "늘 여성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지만, 이왕 할 거면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해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등단에 성공한 최초의 여성 작가 김명순. 여성 최초로 단발을 한 사회운동가 강향란, 독립운동을 주도했다 기자가 된 송계월, 최초의 여성 택시운전사 이정옥, 조선인 최초로 미용실을 연 이엽주… 방송은 당당한 여성들의 빛나는 성취만 다루지 않습니다. '앞서가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남성들의 시기와 공격도 담아내죠. 하지만 통념과 달리, 모든 신여성이 비극적 결말을 맞은 건 아니었습니다. 이 PD의 인터뷰, 오경민 기자가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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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딩엄빠' 시청자 게시판이 "폐지하라" 댓글로 도배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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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왜 ‘시골형’ 말고 ‘시골언니’ 프로젝트여야 했냐고요?
플랫 오리지널 [시골언니 프로젝트] 마지막회입니다. 시골언니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은 "청년 남성은 지원할 수 없냐"는 문의를 많이 받았대요. 하지만 프로젝트를 총괄한 오미란 팀장은 "기존 귀농·귀촌 프로그램은 농촌 청년 여성들이 겪는 특수성을 반영하기 어려웠다"고 말해요. 농촌 정착의 첫 단계는 마을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인데, 연고 없이 농촌에 정착하려는 여성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곤란을 겪거든요. 귀농·귀촌을 외지인으로 보는 시각,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경제주체로 보지 않는 가부장적 문화, 경제적 어려움까지… 먼저 지역에 정착한 시골언니들은 이 시기를 느낄 수 있었던 이유로 '비빌언덕', 즉 또다른 시골언니들의 존재를 꼽았어요. 여성 농민운동의 상징적 인물이라 할수 있는 오미란 과장님, 농촌의 미래를 바꾸어가는 3명의 멋진 시골언니(유미언니, 수진언니, 누리언니🧡) 이야기를 기사로 담아봤어요. 조심스럽게 일독을 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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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동성결혼과 인종 간 결혼의 권리가 법적으로 명문화됐습니다. 미 하원에 이어 미 상원도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결혼존중법'을 통과한 것인데요. 법안은 동성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주라도 다른 주에서 이뤄진 동성결혼은 인정하도록 했습니다.
😡 결혼을 빌미로 지적장애인 가정에 들어가 살면서 7800만원의 재산을 가로챈 40대 남성이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피해자와 외부(친인척, 활동지원사 등)의 교류를 차단한 뒤 장애인 연금, 피해자 오빠의 퇴직연금 등을 가로채고 신체적·정신적으로 학대한 혐의입니다.
😤 "아동·청소년 성범죄자가 일반직 공무원이나 군 부사관으로 임용될 수 없다"고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조항을 두고,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범죄의 경중이나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는 일률적·영구적 적용은 '과잉금지 원칙'에 해당한다는 논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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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뉴스
뉴스에 숨은 젠더 관점을 해설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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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다세대주택에서 65살 어머니와 36살 딸이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현관문에는 연체된 전기요금 고지서가 붙어있고, 냉장고에는 빈 그릇과 컵, 케찹, 고추냉이가 전부였습니다. 생전 고인들의 '생활고'를 추정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2022년 11월 신촌 모녀와 8월 수원 세모녀, 2020년 창원 모녀. 2019년 성북구 세 모녀와 장성군 모녀. 거슬러 올라가 2014년 송파 세모녀 사건까지. '모녀’라는 단어 앞에 붙은 지역 이름만 다를 뿐, 사건의 양상도 그들이 생을 마감하고 남은 자리도 비슷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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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이 개인적인 일이라면 똑같은 양상으로 많은 모녀가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성 가구주 가구의 빈곤율은 전체 연령에 걸쳐 40.1%로 나타났다. 남성 가구주 가구의 빈곤율이 13.6%인 것을 생각하면 확연한 차이다. 노인으로 갈수록 여성의 빈곤율은 더 높아져 65.1%에 이른다. 이런 곳에서 ‘굶겨 죽이지 않을 것 같아서’ 결혼 상대를 찾은 당시 엄마의 선택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모녀'들의 죽음은 왜 끝없이 이어지는가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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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원 참여연대 활동가는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이 사건들에 '빈곤한 여성 가장'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음을 짚어냅니다. 기존 사회안전망 부재라는 프레임에 젠더 관점의 분석을 더한 것이죠.
'어머니'가 이끄는 가족은 왜 빈곤에 취약할까요. 남성 가구주로부터 이탈하는 경우, 여성의 빈곤 위험은 크게 증가합니다. 이번 '신촌 모녀 사건' 어머니도 남편과 18년째 별거중인 것으로 드러났죠.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임금 격차, 임신과 육아 등으로 단절되고 나면 회복되지 않는 경력… 여기에 돌보는 사람이나 돌봐야할 사람에게 장애나 질병이 있다면 '빈곤'이라는 굴레에서 나오는 것은 말그대로 난망해집니다.
그런데도 정부 대책은 여전히 '발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신촌 모녀 사망이 언론에 알려지기 불과 하루 전인 24일, 보건복지부는 수원 세모녀 사건의 재발을 막겠다며 '복지 사각지대 발굴 개선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지 3개월이나 지나 내놓은 뒷북 대책이었지만, 그마저도 재탕 대책의 반복이었습니다. 위기가구 발굴을 위한 수집 정보를 34종에서 44종으로 늘리고, 연락이 닿지 않은 위기가구는 현장 조사를 통해 소재를 파악하겠다는 것이 골자였죠.
하지만 신촌 모녀도, 그보다 앞선 수원 모녀도 이미 위기가구로 '발굴'이 된 대상자들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부터 지난 7월까지 복지 사각지대 대상자 446만여명을 발굴했지만, 이 중 58%에 달하는 260만여명이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특히 연락 두절로 인해 정부 조사가 종결된 사례는 3만2906건이었는데, 신촌 모녀도 여기에 포함됐습니다.
가난한 자들은 세상과 고립되어 살아가다가, 죽음을 통해서야 잠깐씩 존재를 드러냅니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배제된다는 것은 참여할 기회를 잃는 것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침묵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기도하다"고 말해요. 침묵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공동체에 도움을 요청할 의지마저 잃어버린다는 뜻이겠죠.
결국 중요한 것은 '홀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사회의 목소리일 것입니다. 수원 세모녀 사건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더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선 안된다며 '특단의 조치'를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약자 복지'를 강조한 것이 무색하게 내년 복지예산은 고작 4.1% 늘었어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7%대 증가율에도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이번 신촌 사건때는 사건에 대한 추모 언급조차 없었고요.
조희원 활동가는 "수많은 ○○모녀 사건을 보며 던져야 하는 질문은 '왜 발견하지 못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빈곤을 만드는가' '제도는 빈곤과 어떻게 싸울 것인가'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긴 싸움이겠지만, 그래도 또다시 공동체적 해결을 요구할 수 밖에 없네요. 그게 남은 자들이 망자에게 다해야 할 의무일테니까요.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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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
플랫팀이 기사 뒤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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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at's comment
경향신문의 슈퍼스타 '끼은'을 소개합니다! 윤기은 기자의 본업은 사회부 사건팀 기자로, 현재 중부라인을 맡고 있습니다. 동시에 경향신문 유일의 틱톡 채널 <암호명3701>의 '끼은'으로도 맹활약중이랍니다. (최근 100만뷰 돌파 영상도 탄생했대요!!🎉) 두개의 심장을 가진 윤기은 기자를 플랫팀이 직접 만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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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촌 모녀가 마지막으로 살던 곳을 다녀오셨죠.
A "사망 소식이 알려진 날 2시쯤 데스크 지시가 내려져서 택시를 타고 갔는데요. 두 가지 걱정이 있었어요. 시신이 오래 방치된 곳이라 들었는데 '혹시 끔찍한 장면을 보게 되면 어쩌지' 두려움이 있었고요. 반대로 '갔는데 아무 것도 없으면 어떡하지'하는 모순되는 걱정도 있었어요. 아무래도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막상 현장에 가니 유품정리업체가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요. 제가 갔을땐 유품은 이미 치워지고 없었고, 바닥 강판을 뜯어내는 작업 중이었어요. 그나마 남은 흔적은 보일러에 점검 표시가 깜빡깜빡 하고 있었다는 것 정도? 유품정리사님께서 "이건 가스가 끊긴 것"이라고 알려주시더라고요. 물론 시신이 있던 흔적을 없애야 그 공간을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건 알지만, 그래도 죽은 이들의 흔적이 이렇게나 바로 지워지는구나 싶어 쓸쓸했습니다.
Q 사건팀 기자는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다뤄야 할 일이 많아요. 취재 과정에서 주의하는 점,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A "이태원 참사 유가족 인터뷰도 그렇고, 신촌 모녀 사건도 그렇고… '사적인 내용을 얼마나 포함시켜야 하는지'가 항상 고민이에요. 죽음을 다룬 기사엔 망자의 사적인 이야기가 들어갈 수 밖에 없거든요. 예를 들어 신촌 모녀 기사에 '어머니가 18년동안 남편과 별거중'이라는 팩트를 넣을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너무 사적인 정보가 아닌가 싶었지만, 그래도 가족이 1차적인 사회안전망이라는 점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아 넣었어요. '어머니가 교육공무원 생활을 했고, 퇴직 후 연금을 받고 있었다'는 부분도 고민이었는데, 안정적 직업을 가지고 있던 사람도 복지 사각지대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기사에 포함시켰죠. 이태원 참사 유족들을 인터뷰를 했을 때는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가 가장 어려웠어요. 저렇게 울고 계신데 어떻게 다가가고 어떻게 말을 걸어야할까… 제가 감히 그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을텐데... 지금도 이 부분은 어려워요."
A "암호명 3701은 간단히 말해 '1분 영상 뉴스'에요. 저의 개인적인 욕심을 보태자면... 논술 교재?(웃음) 틱톡이라는 플랫폼 특성 상, 주 타깃이 중고등학생이에요. 이들이 학교에서 밀접하게 접하는 주제를 선정하려고 해요. 영상 마지막은 늘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으로 끝내요. 사회적 이슈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싶어서요. 최근 'n번방,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주제로 다뤘을 때도, 온라인 성범죄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를 물어봤어요. 사건팀 기자라는 본업과 병행이 힘들 때도 있죠. 그래도 계속 할수 있는 동력이라면, 아무래도 높은 조회수와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 (웃음) 최근에 100만뷰 넘는 영상도 처음으로 나왔고, 너무 감사하게도 진지한 댓글들을 많이 달아주시거든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공론장 역할을 하고 싶어요.
Q 요즘 기은씨를 즐겁게 하는 것은?
A "고양이요! 고양이들이 본가에 있어서, 주말마다 본가에 가요. 오늘은 대휴라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지금도 제 다리 위에 앉은 고양이들을 쓰다듬고 있어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즐거움을 계속 주는 존재같아요. 고양이들이 너무 보고싶어서 부모님께 영상통화를 걸면, 제 목소리를 알아듣고 옆에서 야옹야옹하고 핸드폰 화면에 몸을 부벼요. 진짜 너무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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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dbooster
당신을 즐겁게 한 것들을 추천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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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 플랫팀 심윤지 기자
추천사 : 수줍음 많은 입주자님들이 추천을 망설이시는 관계로.. 제 추천을 한주 더 가져와봤습니다😂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 신곡 'When we move'로 돌아온 카라의 킬링보이스입니다. Rock U부터 Pretty girl, 미스터, 점핑, Step, 맘마미아까지. 다시 뭉친 카라의 명곡 메들리를 라이브로 듣자니, 학창시절로 순식간에 되돌아간 기분이었어요. (최애곡 '숙녀가 못돼'가 없어서 조금 아쉽지만...) 아참, 이번에 발표한 신곡도 너무 좋더라고요. 아직 못보신 분들께 추천해요.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에는 '6개의 마이크'가 등장하는데요, 하늘에서 응원하고 있을 하라님께 보내는 멤버들의 인사인거같아 뭉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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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at's comment
이 코너는 모두에게 열려있어요. 독자 여러분도 플랫팀이나 플랫 독자여러분께 '영업'하고 싶은게 있다면, 편하게 제보해주세요. 책, 영화, 드라마, 유튜브 영상, 음악, 인터뷰. 무엇이든 상관 없어요. 여러분들 즐겁게 하기만 했다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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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Flat
지난회차 레터를 읽은 독자분들의 피드백입니다.
👤알차고 기운나는 내용들 정말 잘 읽었어요 ^^ 특히 젠더데스크에서 느끼는 현장의 분위기에 희망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습니다.
👤 교사, 여대생 등과 같은 단어 선택에 불편함과 불쾌감을 느껴서 언론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나라면 다르게 쓸 텐데', '꼭 저렇게 표현해야 했을까'와 같은 아쉬움이 남아서요. 젠더데스크가 있는 언론사라니, 경향신문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했습니다.
👤 카타르 월드컵 너무 몰라서 걱정이었는데 엄청 꼼꼼하게 젠더 렌즈로 점검해 주셔서 너무많이 얻어가요. 감사합니다.
👤 한국에서 20대 남자로 살아가면서, 그 중에서는 나름 성인지감수성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플랫을 읽어보고 나서, 저 또한 다른 종류의 기득권 행세를 하고 있었구나, 그동안 모르고 무관심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이슈들이 세상엔 너무나 많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런 경험과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좋은 글을 써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플랫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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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Flat
몇가지 공지사항이 있어요.
1. 지난 회차에 소개한 젠더데스크 이야기 관련한 피드백이 많네요.
역시 입주자 여러분들이 좋아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여성 서사 아카이브'를 운영하다보면 아무래도 슬프고 화나는 일들에 눈이 가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달라지고 있다는 희망,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도
함께 전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 노력이 잘 전해진 것 같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2. 플랫은 지금 연말 기획🎄 준비중!
입주자 여러분과 함께 한해를 돌아볼 방법을 궁리하고 있답니다.
레터를 받아보시는 입주자님들께 의견을 구할 것이 있는데요.
만약 '올해의 여성'을 꼽는다면 어떤 분들이 생각나시나요?
아래 '뉴스레터로 의견보내기'에 자유롭게 답변을 남겨주세요!
아주 작은 한마디도, 플랫팀에겐 큰 도움이 된답니다❤️
3. 날씨가 너무 추워요.
다행히 12월 둘째주엔 평년 기온을 회복한다 하는데요.
언제든 건강이 첫번째! 꼭꼭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길 바랍니다!
그럼 저희는 다음주에 또 건강하게 만나요.
오늘도 끝까지 레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플랫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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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레터 어떠셨나요?"
플랫이 다뤄줬으면 하는 콘텐츠나 주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래 '뉴스레터로 의견 남기기'로 의견을 남겨주세요.🧡
여러분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플랫을 지속해나가는데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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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과 가장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공간"
플랫 뉴스레터를
재밌게 읽으셨다면
다른 분들께도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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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모이는 곳. 플랫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질 때까지 여성들의 목소리를 주변이 아닌 중심에 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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